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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된 사모펀드]"문제 발생시 처벌수위 높여야"

고준혁 기자I 2020.06.26 00:13:00

"수탁사 감시 기능 강화해야""
美 금융사기 수백년 징역형…국내도 강화해야"
규제 완화 지적도…"'타짜' 영역에 개인 들어간 자체 문제"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사모펀드에서 잇달아 환매중단이 발생하고 부실운용 실태가 드러나면서 관련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모펀드가 자금 여력이 부족한 벤처기업에 공급책이 되는 등의 순기능이 있는 만큼 시장 자체를 위축시키기보다는 문턱을 높여 위험부담을 낮추는 대신 법적 처벌 강화 등 사후 규제를 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일각에선 사모펀드는 전문가들의 영역으로 두고 개인 투자자 접근을 아예 접근을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표=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25일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사모펀드 관련 사고를 막으려면 운용사뿐 아니라, 판매사와 수탁사 등 펀드가 만들어져 투자자에게 오기까지의 과정에 개입한 주체들 역시 책임을 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라임 사태 이후 지난 4월 금융당국은 재산을 수탁한 은행과 증권사가 운용사의 위법·부당행위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면 현행법상 3년 이하 징역과 1억원 이하 벌금 등 형사처벌하기로 했다. 이같은 조치로 제도적인 완성도는 높아졌지만 좀 더 처벌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 연구위원은 “사모펀드는 벤처기업 등 성장성은 있지만 위험한 기업들에 대한 자금 공급원 중 하나란 장점이 있다”며 “이 기능을 살리면서 개인 투자자 피해 등을 줄이는 방법은 수탁사와 판매사에 펀드가 잘 운용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의무를 지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최초 판매할 펀드를 고르는 과정인 판매사선에서 위험성이 있는 상품은 배제되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금융범죄의 경우 형법상 사기와 특별경제가중처벌까지 적용해도 죄가 추가될 때 형량이 반감되는 등으로 짧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미국의 경우 다단계 금융사기가 발생할 경우 수백년의 징역형이 내려지기도 한다. 실제 나스닥 증권거래소 위원장을 지낸 펀드매니저 버나드 메이도프(Bernard Madoff)는 금융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모집해 650억달러 규모의 사기 피해를 발생시켰다는 혐의로 지난 2008년 체포돼 150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한 헤지펀드 운용사 출신의 업계 관계자는 “위법행위로 몇십억을 벌었는데 벌금은 고작 몇 천만원 정도라면 펀드 사기는 계속될 것”이라며 “권한과 책임의 비중을 같이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은 것은 금융당국이 진입 장벽을 낮춰왔기 때문이란 비판도 있다. 지난 2015년 금융당국은 펀드에 가입할 수 있는 투자자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사모펀드 시장 활성화 정책을 내놓았다가 비난에 직면해 지난해 다시 강화했다. 사모펀드 적격투자자 중 일정요건을 갖춘 일반투자자에 대한 최소 투자자금을 1~3억원으로 낮췄다가 다시 3~5억원으로 상향한 것이다. 적격투자자 중엔 일정 소득, 자산 또는 전문자격증 등을 보유해 금융투자상품에 대해 이해가 높은 자를 뜻하는 전문투자자도 있다. 펀드 운용사를 설립할 때 필요한 조건들도 완화했다. 사모펀드 설립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변경하고 설립 기준도 자본금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낮췄다. 지난해 초엔 10억원으로 더 낮아졌다.

다만 이번 옵티머스 사건을 계기로 허들을 계속 높이면 사모펀드 규모가 축소돼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황세운 연구위원은 “개인을 차단하면 피해 발생은 줄어들겠지만 기업으로의 자금 유입이 축소되는 단점이 있는데, 종합적으로 볼 때 사후 규제를 하는 쪽으로 방향을 맞추는 게 맞는다고 본다”고 전했다.

한편에선 사모펀드 투자자 중 일반 적격투자자의 접근은 원천 봉쇄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공적펀드와 달리 소수로부터 자금을 모아 고위험·고수익 투자에 집중하는 만큼 ‘선수’들만 입장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모펀드란 몇몇 ‘선수’들의 돈을 유치해서 불려보겠다는 게 본질로, 문제가 생기면 자기들끼리 법적 소송 등으로 풀면 된다”며 “‘타짜’들만이 있는 곳에 개인투자자를 집어넣은 것 자체가 문제로 이 상태에서 금융 규제와 감독으로 문제가 터지면 그때그때 막겠다는 발상 자체는 꿈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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