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사재기 나선 증권사·기업들…"불안할 때 현찰이 최고"

김혜미 기자I 2020.04.21 00:00:00

3월 거주자외화예금 752.9억弗..전월比 10% 증가
급격한 환율 변동성에 일반기업·증권사 예금 늘려
한·미 통화스와프 이후 변동성 축소에도 불안 지속

[이데일리 김혜미 원다연 기자] 기업과 증권사들의 달러 확보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지난달 외화예금 잔액이 3개월 만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계기로 원·달러 환율 급등세가 진정됐지만, 급격한 환율 변동성에 대비한 달러 보유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안정노력에도 불구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감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물위기가 본격 확산할 경우 금융시장 불안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증권사·기업들 묻지마 ‘달러 사재기’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3월 중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외국환 은행의 거주자외화예금은 752억9000만달러로 전월말 대비 67억8000만달러, 약 10% 가까이 증가했다. 거주자외화예금은 지난 1·2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으나 3개월 만에 늘었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내국인과 국내기업,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에 진출해있는 외국기업 등의 국내 외화예금을 말한다.

지난달에는 특히 달러화예금이 644억6000만달러로 전월대비 59억2000만달러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급등락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월 말 1213.70원에서 점차 상승, 3월19일에는 1296원까지 올랐다가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소식이 전해진 뒤 1220원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다. 3월31일 원·달러 환율은 1217.40원으로, 2월 말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유로화예금 역시 증권사들의 단기자금 예치가 늘면서 전월대비 5억5000만달러 증가한 36억5000만달러를 나타냈다. 위안화와 엔화예금은 각각 전월대비 1억5000만달러와 3000만달러 늘었다.

지난 2월에는 원·달러 환율 상승에 기업과 개인 모두 달러 매도에 나섰다면, 3월에는 일반 기업과 증권사들이 달러를 처분하지 않고 보유하려는 움직임이 강했다. 기업들은 현물환 매도를 미루는 한편 현금성 자산 확보에 나섰고, 증권사들도 파생거래 관련 증거금으로 마련했던 달러와 유로 등 단기자금 예치를 늘렸다. 지난 3월19일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이후 원·달러 환율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는 있으나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전세계 경제 및 금융시장 불안감은 지속되는 모습이다.

◇신흥국 신용등급 하향에 외환시장 불안 가중

최근에는 아르헨티나와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태국, 홍콩 등의 국가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면서 신흥국 금융위기에 따른 외환시장 불안도 우려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해외 주가와 연동한 상품들에서 발생한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때문에 조달했던 외화가 해외 주가 반등으로 회수되자 예금으로 전환한 경우가 많았다”며 “만약 외화가 더이상 필요없다고 판단되면 다른 방식으로 운용하거나 부채를 원화로 바꿔 상환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겠지만, 향후 변동성에 대비해 잠시 예치해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은행별로는 국내은행이 642억9000만달러로 전월대비 66억5000만달러 증가했고, 외은지점 잔액이 110억달러로 1억3000만달러 늘어났다. 주체별로는 기업예금이 593억5000만달러로 전월대비 65억1000만달러 늘었고, 개인예금은 159억4000만달러로 전월대비 2억7000만달러 증가했다. 기업과 개인 모두 외화예금을 늘린 셈이다.

다만 4월에도 이같은 흐름이 지속될 지 여부는 미지수다. 이번 달 들어 원·달러 환율은 1210~1240원대에서 머물고 있으며 20일에는 122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또 급격한 환율 변동성으로 외환시장 큰 손인 조선사 등은 이미 100% 헷지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아무래도 3월은 기업들이 환율에 대해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환율이 지나치게 급등하다보니 일단 원화로 바꾸기보다는 달러로 보유하자는 움직임이 많았다”면서도 “4월에는 달러를 보유하고 있던 기업 일부가 어느 정도 팔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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