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잠잠했던 서울 외곽 분양권 가격 '들썩'

김기덕 기자I 2019.07.10 01:00:00

신월 아이파크위브, 응암SK뷰 등 분양권 품귀현상
심의 늦추고 분양가 누르니 새 아파트 희소가치 상승

서울 양천구 신월동 ‘신정뉴타운 아이파크위브’ 공사현장. 최근 분양권 거래가 늘어나면서 시세 또한 올초보다 1억원 가량 올랐다(사진=김기덕 기자)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급매물이요? 최근 한 달 새 분위기가 확 달라졌어요. 지금 잡지 않으면 입주 때까지 시세가 더 뛸 가능성이 높아요.”(서울 양천구 신월동 N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서울 강남권부터 시작된 아파트값 상승 흐름이 서울 외곽으로까지 확산하는 분위기다. 이미 지어진 아파트뿐 아니라 아직 준공 전인 분양권 시장으로까지 상승세가 번지고 있다. 올해 초 만해도 강력한 대출 규제와 연이은 전셋값 하락 영향으로 가격이 주춤했지만, 최근 매수세가 따라붙으며 분양권 시세가 껑충 뛰어올랐다. 고분양가 심사 기준 강화, 분양가상한제 확대 검토 등 연이은 분양시장 규제가 되레 새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규제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달새 호가 1억 ‘껑충’…매도자 우위 전환하나

양천구 신월동 ‘신정뉴타운 아이파크위브’(2020년 3월 입주)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5개월간 평균 6건이 매매거래될 정도로 거래 가뭄에 시달렸지만 이후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이 단지 분양권은 5월 17건, 6월 11건이 팔렸다. 신월동 S공인 관계자는 “이 단지 전용 84㎡형은 6억원 후반에서 7억 중반 정도에 팔렸는데 이달 들어 8억원으로 시세가 확 뛰었다”면서 “입주 때까지 상황을 좀 더 봐야겠지만 집주인들이 시세를 높이려고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곳은 서울에서 분양권 상태로 거래될 수 있는 마지막 단지다. 전체 3045가구 중 1130가구를 일반 분양한 이 아파트는 지난해 12월부터 분양권 전매 제한이 풀렸다. 정부는 기존 강남4구(서초·강남·송파·강동구)로 한정했던 분양권 전매 제한(소유권 이전등기시까지 전매 금지) 조치를 지난 2017년 6·19 부동산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으로 확대했다. 이후 서울에서 준공 전 분양권 상태로 거래 가능한 아파트는 32개 밖에 안돼 이미 희소가치가 높아진 상태다.

연말 입주하는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 에코자이’도 매물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단지는 △DMC센트럴아이파크(2018년 10월 입주) △래미안 DMC루센티아(2020년 2월 입주) △DMC롯데캐슬더퍼스트(2020년 6월 입주) 등과 함께 서울 서북권 가재울뉴타운에서 디지털미디어시티(DMC)를 기반으로 2만여 가구의 브랜드 새 아파트 촌을 형성할 예정이다. 남가좌동 G공인 관계자는 “연말 입주를 앞두고 급매물을 기다리는 대기 수요자들이 많지만 최근 전용 59㎡가 7억원 이상을 넘어서는 등 시세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 “유명 학원가가 들어서는 등 주변 교육·생활인프라 여건이 개선되면서 갈아타는 유주택 수요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뉴타운에서 내년 1월 집들이를 시작하는 ‘보라매 SK 뷰’ 아파트도 최근 시세가 급상승했다. 이 단지 전용 84㎡형은 저층을 제외하고 올 3월 최저 7억6000만원에 거래됐다가, 지난달에는 9억9000만원에 실거래되며 직전 최고가(10억4500만원)에 바짝 다가섰다. 이달 현재 같은 평형대 시세는 10억~11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분양가 규제 강화에 새 아파트 희소성↑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이후 서울 지역 내 새 아파트 희소성이 더욱 부각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난달 24일부터 고분양가 사업자에 대한 심사 기준을 한층 강화한 데 이어 국토교통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확대를 예고하는 등 분양시장에 대한 규제 칼날을 한층 강화한 영향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울 주택시장에 투기 과열이 심해질 경우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적극 검토 할 것”이라며 분양시장 규제 의지를 다시 한번 내비쳤다.

새 아파트 분양권 가격 하방 경직성을 단단히 받쳐주는 요인은 또 있다. 최근 2~3년 새 서울 지역 내 분양권 시세가 급등 해 집주인들이 시세대로 전세를 구하기만 해도 잔금을 치르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럴 경우 대출 규제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주택업계 관계자는 “연말 께 입주를 하는 서울 신축 아파트 중 상당수는 과거 분양가가 현 시세 보다 월등히 낮아 이미 냈던 계약금과 전세금을 합하면 무난히 잔금을 치룰 수 있는 상황”이라며 “집 주인 입장에서는 시세 차익이 양도소득세 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굳이 서둘러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 대한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데다 실거주 요건 강화(2년 거주 시 1가구 1주택 비과세) 등의 영향으로 거래 가능한 매물이 씨가 마르면서 분양권 시세가 강보합 이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함 랩장은 다만 “정부가 분양권 이상 거래에 대한 점검을 강화한 만큼 특별공급 무자격 매물, 다운계약, 매수자가 세금을 떠안는 복등기 등은 철저히 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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