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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기업 구조조정 지연, 자산가격 버블 붕괴 가능성 등 경제의 잠재 리스크가 누적된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돈 풀기가 위기를 증폭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ECB 양적완화 종료 3개월만에 돈 풀기 재개
유럽중앙은행(ECB)이 은행에 돈을 빌려주면서 이자까지 지급하는 극단적인 유동성 지원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ECB는 지난 7일(현지시간) 3차 장기특정대출프로그램(TLTRO)을 재추진키로 했다. 만기는 기존의 절반인 2년이고, 오는 2021년 3월 종료할 예정이다. 대출금리는 마이너스(-)에서 제로금리 사이로 은행들은 기준금리 이하로 중앙은행의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기업과 가계대출의 30%까지 신청 가능하다.
양적완화(QE)를 종료하기로 한지 3개월만에 다시 완화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이건 그만큼 ECB가 유로존의 경제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ECB는 작년에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종료하면서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유럽의 경제는 다시 고꾸라졌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경기 침체가 생각보다 길고 깊다”며 “지정학적 요인, 보호무역주의 위협, 신흥시장의 취약성 등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ECB는 유로존 올해 성장률 전망을 1.7%에서 1.1%로 수정했고, 기준금리 인상 시기도 올 여름에서 연말로 늦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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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BOJ) 역시 국채 매입 및 자금공급량 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다.
아마미야 마사요시(雨宮正佳) 일본은행(BOJ) 부총재는 올 초 기자회견에서 “최근 양적완화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에도 강력한 양적완화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 장기화로 은행의 수익성 악화 문제가 커진 상황이다. 돈을 더 풀어 은행의 수익성 악화에 대응하고 경기부양도 지속해 나가겠다는 뜻이다.
찔끔찔끔 돈을 풀던 중국도 전면적 완화정책을 시도할 조짐이다. 인민은행은 금융기관이 기업에 적용하는 ‘실질적인(actual)’ 대출금리를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사실상 정책금리 인하다.
그나마 경기가 양호한 미국도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돌아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늦추고 대차대조표 축소를 서둘러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은 오는 19~2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기준금리 결정과 관련해 ‘인내’하겠다는 기조를 재확인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 8일 스탠퍼드대 경제정책연구소(SIEPR)에서 “지금 당장 금리 정책을 바꿔야할 만큼 미국 경제에 심각한 경고 신호는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은 CNBC와 인터뷰에서 연준이 다음에 취할 정책은 금리인상이 아닌 금리인하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한계기업 구조조정 지연 등 위기 증폭 우려도
하지만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돈 풀기는 ‘돈이 돈을 불리는’ 통화 팽창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계기업 구조조정 지연, 자산가격 버블 우려 등 금융불안이 경제의 잠재 리스크로 누적된 상황에서 오히려 위기를 증폭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렇게 중앙은행의 양적완화로 버티는 경제의 종국이 어떤 모습일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그럼에도 환자를 그대로 둘 수는 없기 때문에 중앙은행들이 전면에 다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형민 국제금융센터 조기경보실장은 “2008년 전보다 경제 체력이 더 약해진 것은 맞다”라면서 “2008년 양적 완화라는 비(非)전통적인 대책이 등장한 것처럼 다시 위기가 온다면 QE 이상의 해결책을 꺼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