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이형목 천문硏 원장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 천문학 매력"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이연호 기자I 2019.01.28 05:00:00

24일 취임 1주년 맞은 이형목 원장 본지 인터뷰서 향후 목표 제시
"올해부터 중력파 검출기 기초연구 수행"…"신규과제 발굴 토론 방식으로 바꿔 생산성 높여"
정확한 우주방사선 측정 준비 완료…"항공사 승무원 건강권 위해 항공사 등 협조 필요"
"천문학, 도전성과 낭만...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우리 연구원이 우리나라 거대과학의 산실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형목 한국천문연구원 원장. 사진=한국천문연구원.
지난 24일로 정확히 취임 1주년을 맞은 이형목(사진) 한국천문연구원 원장은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흔히 우리나라는 주로 추격형 연구를 해 왔고 이를 탈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여전히 여건은 녹록지 않다”며 이 같이 밝혔다.

올해부터 차세대 중력파 검출기 기초연구 수행…“지난 1년 ‘공정성’과 ‘투명성’위해 노력”

이 원장은 “최근 기초과학연구원을 중심으로 중이온 가속기 건설, 암흑 물질 탐사 등 과학 연구 중 가장 큰 규모의 거대과학 분야 대형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은 규모가 크지 않다”며 “우리는 기존의 초장거리 간섭계, 대형 망원경 사업 등에서 더 나아가 올해부터는 차세대 중력파 검출기와 관련된 기초 연구를 수행해 몇 년 후에는 본격적인 연구사업 제안을 할 수 있는 준비를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KGWG)을 이끈 중력파 분야 연구 전문가다. KGWG는 지난 2009년 미국의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라이고)’ 과학협력단에 참여하며 중력파 관측에 기여했다.

‘금세기 최고의 발견’으로 꼽히며 지난 2017년 노벨물리학상까지 수상한 중력파 연구는 여전히 국내에서는 물리학계의 비주류로 취급받는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우주 선진국들이 대규모의 투자를 통해 앞다퉈 연구에 나서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저 부러운 눈으로 쳐다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중력파 연구는 남들이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가야 하는 분야임에도 국내에서 그동안 쌓인 연구 실적 없이 연구비를 따내는 것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우리가 하려고 하는 중력파 검출기와 관련한 기초연구에는 왜 우리가 차세대 검출기를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필요성과 이를 구현하기 위해 양자 한계에 최대한 다가가거나 이를 뛰어 넘는 기술의 개발 등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 1년에 대해 이 원장은 최대한 공정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기관을 운영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자평했다. 실제 이 원장은 임기 이후 한 달에 한 번씩 직원들에게 직접 공을 들여 ‘원장 통신’이라는 형식의 이메일을 보내 직원들과 계속 소통하고 있다. 연구원의 이슈 중 설명이 좀 더 필요한 사안이나 해외 출장을 다녀 온 목적과 한 일, 노사협의회 논의 내용, 기관 운영 방향 등이 ‘원장 통신’의 내용들이며 직원들은 스스럼 없이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질문하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또 이 원장은 취임 후 내부 신규 과제 발굴 프로세스를 수평적으로 바꿨다. 대개의 경우 연구자들에게 일정 양식의 과제 제안서를 받고 위에서 이를 평가해 신규 과제를 선정하지만 이 원장은 토론이라는 과정을 채택했다. 이 원장은 “모든 구성원들이 여러 차례 모여 제안자들의 발표를 듣고 상호 토론을 통해 조정을 해 나가면서 신규 과제 후보를 찾아냈다”며 “이 과정에서 연구자들이 경쟁하면서도 협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그동안 우리가 해 왔던 심사를 통한 선정 방식보다 훨씬 생산적이었다”고 언급했다.

이형목 한국천문연구원 원장. 사진=한국천문연구원.
“승무원 건강권 위해 제대로된 우주방사선 측정 필요”…“천문학은 도전성과 낭만성 동시에 가진 매력적인 학문”

이 원장은 천문연이 법령에서 정한 우주위험 감시 기관임을 언급하며 항공사 승무원들의 건강권을 위한 제대로된 우주방사선 측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앞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항공사 승무원들의 방사선 피폭 위험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는 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 항공사들은 주로 경제적 이유로 우주방사선 유입량이 가장 큰 북극 항로를 많이 이용하는데 과학자로서 그와 관련한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해 줘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며 “항공사에서 현재 쓰고 있는 것은 외국에서 수십년 전에 개발한 태양우주방사선 효과를 감안하지 않은 것으로 수치가 왜곡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다만 우리가 개발한 모델을 적용하려면 관측 데이터가 누적돼야 하고 이를 위해선 실제 비행을 통해 데이터를 측정하고 검증을 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항공사들은 별로 하고 싶어하지 않는데다 우리가 국토교통부 소속이 아니라 힘든 점도 있다”며 “언제든 우리는 준비가 돼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난해 11월 말 인사이트호가 화성에 무사히 착륙해 내부 탐사를 진행하는 등 ‘제 2의 지구’로 불리며 인류이주프로젝트가 추진 중인 화성에 대해서는 막연한 환상을 경계했다. 인류이주까지는 선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는 게 이 원장의 생각이다. 이 원장이 제시한 과제는 △희박한 대기와 강한 방사능 문제 해결 △물과 식량 자체 조달 문제 해결 △지속적인 장비 및 물자의 운송과 왕복 교통수단 문제 등이다. 이 원장은 “가장 적은 연료로 화성에 가려면 약 10개월 가까운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2년에 한 번 정도나 이런 기회가 온다”며 “조만간 화성에 다녀오는 일은 있을 수 있겠지만 이주 프로젝트는 몇십 년이 걸릴지 매우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가리키는 ‘골디락스 행성’에서 실제 외계 생명체와 조우할 가능성에 대해 이 원장은 “어딘가에 생명체는 있겠지만 이런 생명체가 있는 행성에 직접 찾아가는 일은 현재과학기술로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고 얘기했다.

이 원장은 천문학의 매력에 대해 “천문학은 인류가 품고 있는 근원적 질문인 우주와 생명의 기원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추구하는 학문”이라며 “매우 높은 수준의 다학제적 지식이 필요하면서도 하늘의 아름다운 모습을 즐기고 싶다면 작은 망원경만 갖고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전성과 낭만성을 동시에 가진 학문”이라고 자부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