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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억치 금괴 가로챈 일당에 대법 "사기 아니다"...왜?

노희준 기자I 2018.08.19 09:00:00

금괴 건네받았지만 피해자 감독하에 있어
사기죄 성립에 필요한 재물 취득 없어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13억원치 금괴를 중간에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일당에 대해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들은 금괴를 일본까지 운반해 달라는 의뢰를 받고는 별도로 운반책을 모집해 중간에서 금괴를 가로챘다.

이 사건의 경우 운반책들은 금괴를 건네받기는 했지만 금괴는 여전히 의뢰인의 관리·지배하에 있어 사기죄 성립에 필요한 처분행위(재물 취득)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방조 혐의로 기소된 ‘운반책 모집담당’ 정모(31)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정씨에게 징역 1년 2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했다고 19일 밝혔다.

정씨 등 일당 9명은 지난해 3월 인천국제공항 면세지역에서 금중개무역상인 피해자 권모씨가 홍콩에서 가져온 금괴 29개(시가 13억원 상당)을 건네받아 일본 후쿠오카로 운반해줄 것처럼 속인 뒤 중간에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정씨는 운반책 모집을 담당했다.

일당은 인천공항 면세구역에서 피해자로부터 금괴를 전달받고 후쿠오카행 비행기에 탑승하러 가던 중 피해자에게는 화장실이 급하다고 거짓말을 하고 근처 화장실로 들어가 별도의 운반책들에게 금괴를 전달했다.

사건의 쟁점은 운반책들이 금괴를 몰래 빼돌리려 한 과정에서 금괴를 인천공항에서 전달받은 것을 사기죄 성립에 필요한 처분행위로 볼 수 있느냐에 있었다. 대법원은 사기방조 혐의를 판단하기에 앞서 먼저 일당의 사기죄가 성립하는지부터 따졌다.

1심과 2심은 “1차 운반책들이 5~6개의 금괴가 담긴 허리 가방을 옷 속에 착용하는 방법으로 금괴를 보관했고 이 상태로 후쿠오카 공항까지 각자 운반하기로 돼 있었다”며 “피해자가 금괴에 대한 점유가 이전된 재산상 처분행위를 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하지만 “운반책들의 이동이 피해자에 의해 관리 또는 감독되고 있었다”며 “정해진 경로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없어 운반책들이 피해자의 금괴 교부 행위로 금괴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를 취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원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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