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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그 장면] 사랑하면 다 그래, 모차르트 ‘코지 판 투테’

이정현 기자I 2018.08.11 06:00:00

영화 ''나의 왼발'' 속 오페라 ''코지 판 투테''
약혼녀 변심 다룬 모차르트 희극
국립오페라단이 9월 예술의전당 공연

영화‘나의 왼발’의 한장면. 선천성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크리스티 브라운이 장애를 극복하고 작가로서 이름을 알린 후 만난 연인과 함께 언덕에 올라 자신이 자란 더블린을 내려다 보고 있다.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사랑의 산들바람은

왼쪽 엄지발가락과 검지로 힘겹게 LP를 꺼내 들었다. 중심을 맞추기조차 어렵다. 겨우 맞아서는 발가락으로 바늘을 올렸다. 돌아가는 턴테이블. 불편한 숨소리를 뒤로하고 오페라 아리아가 흐른다. 선천성 뇌성마비를 앓은 아일랜드 출신의 작가의 이야기인 영화 ‘나의 왼발’의 오프닝이다. 영화는 신체적인 장애를 극복한 이의 인간승리를 그리지만 동시에 ‘완전한 사랑’을 원한 남자의 러브스토리이기도 하다. 신기루처럼 느꼈던 첫사랑, 견디기 어려운 상처를 남긴 두 번째와 집념으로 만난 평생의 단짝. 사랑은 마치 산들바람 같아서 알아채기 힘든가 보다. 짐 쉐리단 감독이 모차르트의 오페라 ‘코지 판 투테’를 가져온 이유다.

△여자들은 다 그래

‘코지 판 투테’는 18세기 이탈리아 나폴리를 배경으로 정절을 내기에 걸고 상대방의 연인을 유혹하는 두 군인과 이들의 약혼녀인 두 자매의 이야기다.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에 이어 이탈리아 극작가 로렌초 다 폰테와 함께 만든 마지막 오페라다. 모차르트는 이 오페라를 쓰고 난 이듬해 숨을 거뒀다. 약혼녀의 변심을 다뤄 한국에는 ‘여자들은 다 그래’라는 이름으로 번역되곤 한다. 혹자는 막장드라마가 아니냐며 비난하지만 안에 담긴 아리아는 등장 인물의 감정을 서정적으로 노래한다. ‘나의 왼발’에 쓰인 아리아 ‘사랑의 산들바람은’이 대표적이다. 흔들리지 않는 연인을 바라보며 느끼는 안도감이 아름다운 선율에 담겼다.

△국립오페라단, 17년 만에 다시 무대로

국립오페라단이 2001년 이후 다시 ‘코지 판 투테’를 무대에 올린다. 내달 6일부터 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이다. 페스티벌에 참여하거나 중극장 규모로 축소해 공연한 적은 있으나 정기 공연은 17년 만이다. 연출가 니콜라 베를로파와 지휘자 다비드 레이랑이 협업해 현대적인 감각으로 ‘코지 판 투테’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그란데오페라합창단이 함께한다. 국립오페라단은 “모차르트의 대표 부파인 ‘코지 판 투테’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되살릴 예정”이라며 “천재 작곡가의 섬세하고 세련된 음악과 로렌초 다 폰테가 쓴 유쾌한 이야기의 만남을 기대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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