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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술 개발하면 '옆집' 가서 토론하고…서로 자극받아 '딥러닝'

경계영 기자I 2018.02.21 05:00:02

[초혁신시대, 산업의 미래는]
⑧''혁신의 메카'' 실리콘밸리를 가다
1년 365일 미트업에 테크토크 열려
창업 선배 노하우 배울 수 있어
비밀주의 고수 않고 정보 나눠
함께 성장하는 ''공진화''로 연결

지난 7일 미국 오클랜드에서 열린 개발자 주간(Developer Week)에서 마이클 루덴 IBM 왓슨랩 디렉터가 강연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미국)=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1. 지난 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있는 ZGC 이노베이션 센터에 서른여명이 모였다. ‘핀테크 내 블록체인, 암호화폐(가상화폐), ICO(암호화폐공개), M&A(인수합병) 트렌드’를 듣기 위해서였다.

강연이 끝나자 암호화폐의 미래, ICO 전망, 블록체인의 보안성 등 질문이 쏟아졌다. 한 창업가는 준비 중인 자신의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을 소개하기도 했다. ZGC센터 관계자인 지아위 루는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크다보니 신청자도 더 많았고 토론도 활발했다”고 했다.

2. IBM 왓슨 랩의 마이클 루덴(Michael Ludden) 디렉터가 단상에 올라 왓슨의 오픈소스를 공개하고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관련 전략을 설명했다. 이달 초 미국 오클랜드에서 열린 개발자 주간(Developer Week)에서다.

개발자 주간에 참여한 센드버드(Sendbird)의 김동신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선 특별하다고 할 만한 지식이 금방 알려진다”고 했다. 개발자나 스타트업 대표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내용을 올리고, IBM 같은 대기업도 컨퍼런스에서 철학을 설명한 뒤 질의응답하며 자유롭게 소통하기 때문이다.

지난 7일 미국 샌타클래라 ZGC이노베이션 센터에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주제로 한 미트업(meet-up)이 열리고 있다.


◇실패 용인하는 실리콘밸리…서로 나누는 공유문화도

실리콘밸리는 미국 내에서도 특이한 지역이다. 글로벌 회계법인 KPMG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자금 유치 상위 10개 스타트업 가운데 4곳 모두 실리콘밸리 지역일 정도다.

이같은 창업 문화를 이끄는 배경엔 특유의 공유 문화가 있다. 개발자 주간과 같은 컨퍼런스, 미트업(meet-up), 테크 토크 등 다양한 형식의 행사는 연중 내내 열려 창업 선배의 노하우부터 지금의 트렌드까지 배울 기회가 충분하다.

공식적 행사가 아니더라도 비공식적 네트워킹도 끊임없이 일어난다. 이를테면 A 스타트업이 특정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스타트업이든 액셀러레이터 등 ‘옆집’에 결과물을 보여주는 식이다. 박정래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엔지니어는 “주변에서 피드백을 얻어 프로그램을 개선시킬 뿐 아니라 다른 곳도 자극을 받아 더 나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상승 작용으로 이어진다”고 봤다. 김동신 대표는 “비밀주의를 고수하지 않고 서로 지식을 나누며 실리콘밸리 전체가 함께 성장하는 ‘공진화’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37%를 넘는 이민자 비중(실리콘밸리인덱스, 2016년 기준)도 이같은 공유 문화를 키우는 데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서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가진 정보를 나누고 서로를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등 끊임없는 네트워크 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문화 역시 창업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만드는 기반이다. 이는 보스턴(헬스케어), 로스앤젤레스(LA·엔터테인먼트), 뉴욕(금융) 등 미국 다른 대도시와도 다른 부분이다.

벤처캐피탈(VC) 퓨전펀드(Fusion Fund)의 호만 옌(Homan Yuen) 매니징 파트너는 “실리콘밸리에서는 잘 안돼도 아이디어가 나빴던 것이어서 새로운 아이디어로 다시 시도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신뢰를 중시하는 금융이나 결과가 중요한 엔터테인먼트를 기반으로 한 다른 도시와 달리 새로운 것이 끊임없이 나오는 IT 산업을 기반으로 했기에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자리잡았다”고 분석했다.

◇잘 나가면 창업이 최우선…스타트업 뛰어드는 인재들

실리콘밸리는 창업할 능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는 환경이 잘 뒷받침돼있기도 하다. 실리콘밸리 인근에 있는 스탠포드, UC버클리, 카네기멜론 등 유수의 대학은 로봇, 인공지능(AI) 등 공학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대학 분위기 자체도 대기업 취업보다 창업이 우선이다. 가르치는 교수들도 스타트업을 창업했다가 엑시트(exit·투자 회수)한 경험이 수 차례 있는 경우가 상당수다. 카네기멜론대학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은 조형기 팬텀AI 공동 대표는 “서울대에서 잘 나가면 교수를 꿈꾸지만 이곳 대학에서 잘 나가면 다음 단계로 스타트업을 준비한다”며 “구글, 애플 등처럼 창업해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포부를 지닌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영상 특수효과 부문에서 최고로 꼽히는 ILM에서 일하다 바이너리VR를 창업한 유지훈 대표는 “뉴욕대를 다닐 땐 주변 친구들이 대부분 월가 금융회사를 취업했지만 실리콘밸리에 오면서 자연스레 창업 문화를 접했고 성공 사례를 보고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美 벤처캐피탈 자금 40%는 실리콘밸리로

더욱이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생태계(eco-system)는 실리콘밸리의 최대 장점이다. 실리콘밸리 내 주요 액셀러레이터로 꼽히는 플러그엔플레이(Plug and Play)의 메건 래미스(Megan Ramies) 매니저는 “테크(tech) 스타트업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이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 스타트업 초기 단계에서 투자해주는 앤젤투자, 자금부터 다른 창업자 혹은 투자자와의 연결까지 도와주는 액셀러레이터, 자금을 투자하는 벤처캐피탈 등 스타트업을 키워주는 단계가 유기적으로 구성돼있다. 창업 문화를 만들어가는 사람은 물론, 돈까지 받쳐준다는 얘기다. 실리콘밸리인덱스에 따르면 2016년 미국 내 벤처캐피탈 자금 가운데 39.4%가 실리콘밸리와 샌프란시스코로 흘러들었다.

스타트업의 기업공개(IPO)나 M&A도 활발해 엑시트할 수 있는 경로도 다양하다. 엑시트한 다음 VC나 액셀러레이터로서 다른 스타트업을 도우려 나서는 경우도 그만큼 많아진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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