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해진 포켓몬고 인기..1주년 업데이트도 '안통해'

김혜미 기자I 2017.07.12 04:53:15

7월6일 1주년 맞은 포켓몬고..사용자 수 오히려 감소
레이드배틀, 예상보다 호응 저조.."보상 미흡·오류 잦아"
캐치 형식 AR게임 한계.."더 풍부한 콘텐츠와 보상 필요"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전세계 AR(증강현실) 붐을 일으켰던 포켓몬고 인기가 1년 만에 급격히 추락했다. 제작사인 나이언틱이 내놓은 각종 이벤트와 업데이트도 이용자들의 관심을 되살리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포켓몬고 주간 안드로이드폰 사용자 수. ‘사용자’란 해당기간 동안 앱을 사용한 중복되지 않은 사람을 말한다.와이즈앱 제공
11일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출시 1주년을 맞은 지난 7월3일부터 한 주 동안 한 번이라도 포켓몬고를 실행한 적이 있는 안드로이드폰 사용자 수는 53만9304명으로 전주의 64만423명보다 10만명 이상 감소했다. 일간 기준 사용자 수도 1주년을 맞은 7월6일 당일에 오히려 20만8169명으로 평소보다 낮은 편이었다.

포켓몬고는 지난해 7월6일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에서 출시됐으며 이후 일본과 대만, 인도네시아 등지에서도 출시됐다. 한국에서는 지난 1월24일 출시된 뒤 약 일주일 만에 안드로이드폰 이용자 수만 700만명에 달한 바 있다.

나이언틱이 1주년을 앞두고 야심차게 선보인 레이드 배틀(Raid Battle)은 막상 그다지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레이드 배틀은 최대 20명까지 한 팀을 이뤄 보스 포켓몬을 공략하는 것으로, 업데이트 당시 나이언틱은 “공원에서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함께 모여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이용자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하기에 보상이 다소 미흡하다고 털어놓는다. 서울 망원동에 거주하는 김모(31)씨는 요즘에도 하루에 한 차례 포켓몬고 앱을 실행하지만 레이드 배틀에는 큰 관심이 없다. 김 씨는 “직장인이라 시간 제약도 있고 굳이 찾아가서 배틀을 벌일 만큼 메리트가 있어보이지도 않는다”며 “매일 포켓스톱을 한 번 방문하고, 포켓몬 한 마리를 잡으면 일주일 보상을 지급하는 것 때문에 실행할 뿐 사실 적극적으로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레이드 배틀에 참여하기 전 참가자를 알 수 없다는 점에 대해서도 불만이 제기된다. 한 이용자는 구글 플레이 포켓몬고 의견란에 “레이드 배틀에 참여하기 전에 몇 명이 참여하고 있는지를 볼 수 없어서 패스를 내고 입장하면 혼자있는 경우가 많다. 괜히 패스만 낭비한다”고 지적했다.

레이드배틀 진행 장면. 나이언틱 제공
업데이트 이후 오류가 자주 발생한다는 불만도 상당수다. 또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지적한 가상현금 환불 거부와 일방적인 서비스 이용 차단, 콘텐츠 결함 보상 거부 등도 포켓몬고를 이용자들에게서 멀어지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단순히 포켓몬을 잡는 형태의 AR게임으로서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지적하고 있다. 처음에는 귀엽고 친근한 몬스터를 하나 하나 모으고 진화시키는 것이 재미있었지만 1년 넘게 할 만큼의 콘텐츠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포켓몬고에 자극받았던 국내 게임사들의 움직임도 잠잠해지고 있다. 올초 한빛소프트(047080)엠게임(058630) 등 국내 게임사들도 포켓몬고 열풍과 더불어 유사한 형태의 모바일 AR 게임을 내놓았지만 실질적인 매출은 일반 이용자들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들의 지역이나 문화재 홍보를 통해 올리고 있다.

앞서 남궁훈 카카오(035720) 게임사업 총괄 부사장은 올 상반기 안으로 카카오맵을 활용한 위치기반 게임 개발 SDK(소프트웨어개발도구) 라이트 버전을 내놓겠다고 밝혔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소식이 없는 상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그렇고 사실 포켓몬고 인기가 한두달 정도면 시들해질 것으로 예상했었다”며 “포켓몬고는 AR 기술을 활용한 게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려면 지금보다 더 풍부한 콘텐츠와 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켓몬고 1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지우 모자를 쓴 피카츄’ 등장 이벤트. 나이언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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