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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은 일찌감치 예고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연금보다 크게 유리한 공무원연금의 현행 틀을 지키려는 공무원노조의 ‘끼워넣기’ 전술에 정치권이 속절없이 말려든 탓이다. 현행 46.5%에서 2028년까지 40%로 낮아지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되레 50%로 올리려면 70년간 1700조원이 더 필요하다. 향후 20년간 333조원을 절감하고 그중 20%인 66조원을 공적연금 강화에 돌리자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으로는 재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6.7%로 두 배 가까이 올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중남미 순방 후 건강 악화로 일주일을 쉰 박근혜 대통령이 공무 복귀 일성으로 “국민 부담이 크게 늘기에 국민 동의를 먼저 구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말이다. 현 상황에서도 국민연금 기금이 이르면 2060년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보험료율 인상 없이 소득대체율을 높일 수 있는 비법은 없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민의 뜻을 수렴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여론도 국민연금을 더 받는 건 좋으나 보험료를 더 내긴 싫다는 분위기다.
여야는 합의사항의 중요성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어떠한 방식으로 소득대체율을 높일지에 대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공무원연금도 ‘미완’의 개혁에 그친 마당에 국민연금마저 국민적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합의’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