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 재승인 여부, 태광과 경영권 분쟁 변수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납품업체 비리 사건에 연루된 바 있는 롯데홈쇼핑의 재승인 심사 절차가 시작되면서 태광그룹(003240)과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 촉발할지 관심이다.

롯데홈쇼핑을 둘러싼 롯데와 태광의 분쟁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롯데가 경방이 보유한 우리홈쇼핑(롯데홈쇼핑의 전신) 지분 53.03%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자 2대 주주( 45.04%)인 태광은 계열사 티브로드를통해 송출을 중단했고, 2007년에는 롯데의 우리홈쇼핑 인수를 승인한 방송위원회를 상대로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태광의 문제 제기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송출중단 과징금 부과와 대법원에서의 패소로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5월 재승인 심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재승인 조건 자체에는 대주주 변경권이 없지만 롯데홈쇼핑이 재승인 심사에서 탈락한다면 대주주와 대주주가 선임한 대표이사에게 책임을 묻고 태광이 경영권을 접수할 수 있다는얘기다.

◇태광, 롯데홈쇼핑 재승인 관심…내용증명으로 서류 공개 요구

태광은 태광산업 명의로 2월 중순 롯데홈쇼핑 측에 재승인 업무를 맡는 미래창조과학부에 제출할 심사서류 공개를 내용증명으로 요청했다. 태광 관계자는 “재승인을 받네못받네 하는 여러 소문이 있어 관련 서류를 보고자 한 것이며 별 의미 없다”고 말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도 “주요 주주로서 재승인 탈락 소문이 많으니 정관계 대응력이 뛰어난 태광이 돕고자 하는 취지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재승인 심사 서류는 영업기밀이 들어 있어 정부도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과 이사회가 아닌 내용증명으로 공개를 요구한 점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롯데홈쇼핑의 이사는 9명으로 이순상 흥국생명보험 상무 등 4명이 태광 측 인사다. 롯데와 태광은 일단 이사회를 분리해 태광의 롯데홈쇼핑 재승인 관련 서류 공개 요구를 구두로 설명하는 선에서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사돈 관계인 두 그룹이 여전히 어색한 관계임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이호진 전 태광 회장은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식품 회장의 사위로 양사 오너는 사돈 관계다.

◇재승인 조건에 대주주변경권 없어..탈락 시 태광에 유리할 듯

롯데는 2006년 12월 우리홈쇼핑을 인수해 2007년 롯데홈쇼핑으로 채널명을 변경했지만 태광측의 반대로 법인명은 바꾸지 못했다. 법인명은 ‘(주)우리홈쇼핑’이고 채널명은 ‘롯데홈쇼핑’인 이상한 상황이 8년 가까이 지속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법정까지 간 경영권 분쟁이 하루아침에 없어질수 있겠는가”라면서 “우리홈쇼핑을 롯데에 내주는데 관여된 임원들은 여전히 앙금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롯데와 태광의 경영권 갈등에 미래부 재승인 조건 자체가 직접 영향을 미칠 수는 없고, 지분대결로 태광이 이길 가능성도 없다는 평가다. 다만, 탈락 시 책임 공방은 뜨거워지고 태광에 유리해질 전망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재승인되면 1대 주주든 2대 주주든 법인 전체가 지위를 얻는 것이고 탈락하면 전체가 탈락하는 것”이라며 “재승인 조건에 대주주 변경권 같은 것은 없고, 법인 전체의 퍼포먼스를 본다”고 말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롯데홈쇼핑의 1대 주주는 롯데백화점 단일 주주여서 태광이 지분대결을 위해 소액주주 2%를 끌어모아도 경영권은 못 가져간다”고 설명했다.

1월 1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신동빈 회장은 롯데홈쇼핑 경영투명성위원회 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롯데홈쇼핑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한 의견을 나눴다. 앞줄 왼쪽부터 강성구 한국투명성기구 정책위원, 윤석인 희망제작소 前 소장, 유인경 경향신문 선임기자, 강현구 롯데홈쇼핑 대표이사, 신동빈 롯데 그룹 회장, 강철규 前 공정거래위원장, 김연숙 한국소비생활 연구원 부원장, 이덕승 소비자단체 연합회 회장, 홍미경 한국공정경쟁연합회 회장, 뒷줄 왼쪽부터 전성율 롯데홈쇼핑 대외협력부문장, 임삼진 롯데홈쇼핑 CSR동반성장위원장, 소진세 롯데 그룹 대외협력단장, 황각규 롯데 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 곽수근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원장, 전홍기 중소기업 진흥공단 마케팅 사업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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