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진상 고객’을 응대하다가 분통이 터져 쓰러졌다면 산재일까? 지금까지는 산재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았지만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는 산재로 인정받기 쉬워질 전망이다.
서비스업종에 종사하는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는 감정노동자에 대한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이나 자살 등은 지금까지 산업 재해로 인정받은 사례가 연간 수백건에 그쳤다. 산재 인정은 매년 9만여건에 달한다.
감정노동자 산재 인정… 하늘의 별 따기
고용노동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고객에게 미소로 응대해야 하는 감정노동자는 560만~740만명으로 추정된다. 전체 임금근로자의 30~40% 수준이다. 백화점과 마트 등의 상품 판매직부터 각종 전화 상담직까지 서비스업종의 확대로 인해 감정노동자 또한 매년 증가세다.
문제는 1981년 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산재를 예방하고 안전하고 쾌적한 작업 환경을 조성해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시키는데 목적을 뒀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일반 제조 및 생산현장 중심의 산재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일반 서비스업종인 감정노동자들은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건강이나 목숨을 잃어도 산재 사고로 인정받기 어려웠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 보험 적용을 받은 산재는 9만 909건이다. 이 중 스트레스 등과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는 뇌심혈관계질환 산재는 676건, 자살을 산재로 인정한 경우는 14건에 불과했다. 서비스산업 사업장에서 감정노동자들은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등 정신질환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정신질환은 외형상 잘 드러나지 않는데다, 업무 연관성도 입증하기가 어려워 산재로 인정받는 경우가 드물다. 이로 인해 마음의 병을 얻은 감정노동자들은 개인 치료나 이직, 퇴사 등으로 혼자 추스르는 게 현실이다.
반면 해외 선진국에서는 노동자 정신 건강에 대한 연구 조사는 물론 제도적 기반도 마련된 곳이 많다. 일례로 1999년 정신질환에 대한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을 제정한 일본은 2010년 정신질환을 산재로 인정한 건수가 308건으로 우리나라보다 15배나 많다.
고용부는 올해 하반기까지 감정노동자의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을 마련해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한 질병 등에 대해서도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산재 불인정률이 높았던 스트레스로 인한 뇌졸증 등 심혈관계 질환이나, 우울증 등 정신질환도 산재로 인정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안경덕 고용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앞으로 직무 스트레스와 건강 장해와의 의학적 연관성, 사례 등에 대한 전문가 연구 및 노사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업주가 산재 처리 거부하면 병원 통해 신청
산재보험은 요양급여·휴업급여·장해급여·직업재활급여 등으로 나뉜다. 근로자는 업무 중에 발생한 사고나 질병으로 산재를 당하면 근로복지공단에 치료 비용 전액과, 치료 기간 동안 일을 하지 못할 경우에는 휴업급여를 함께 신청하면 된다.
업무상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려 4일 이상 요양이 필요한 경우에는 ‘요양급여 신청서’를 공단에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때 신청서는 3부를 작성해 공단과 산재보험 의료기관, 소속 회사에 각각 1부씩 제출해야 한다. 신청서는 공단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내려받거나 가까운 공단 지사나 산재보험 의료기관에서 받을 수 있다.
사업주가 산재 처리를 거절하더라도 요양 신청이 가능하다. 산재보험 의료기관은 근로자의 재해가 업무상 재해로 판단될 경우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 요양급여의 신청을 대행할 수 있다. 업무상 질병으로 요양급여 신청한 경우에는 업무상 질병 판정위원회를 거쳐 업무상 재해 여부를 결정 받는다. 통상적으로 사고의 경우는 7일 이내 처리가 완료되나 질병의 경우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를 거쳐야 하므로 좀 더 시일이 걸린다.
요양으로 인해 취업하지 못한 산재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활 보호를 위해 4일 이상의 요양으로 취업하지 못한 기간(입원·통원)에 대해 평균임금의 70%를 휴업급여로 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자. 2년 이상 장기요양 판정을 받은 경우에는 치료 중 일을 하지 못해 급여를 받지 못할 때는 상병보상연금을 청구할 수 있다. 이 때는 근로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의사의 진단서를 첨부해 공단에 제출하면 된다. 치료 후 장해가 남을 경우 장해급여도 신청할 수 있다. 만약 근로자가 사망하면 유족은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신청해 받을 수 있다.
공단 관계자는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모든 근로자가 산재보험 대상”이라며 “정규직 근로자 외에도 임시직, 일용직, 외국인 근로자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도 차별 없이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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