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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이데일리 김경민 특파원] 중국 인민대 경제학원 부원장으로 있는 류루이(劉瑞)는 중국 정부가 경제성장 모델을 바꾸는 작업에 직접 참여한 대표적 학자다. 그런 류 부원장이 중국 경제가 올해에도 7% 수준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구조조정과 경제구조 개혁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기업들에 대해서도 “휴대전화나 자동차가 우수한 것은 사실이지만, 엄밀히 따지면 세계 최고 브랜드들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하면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프리미엄급 브랜드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류 부원장은 5일 자신의 연구실에서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중국과 한국의 기업들이 잘 협력할 수 있는 분야로 인터넷과 서비스 분야를 꼽았다.
류 부원장은 “한국의 기술력과 중국의 큰 시장이 결합돼 양국 기업들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한국의 의료 기술이나 엔터테인먼트 역시 중국에서의 기회가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올해 중국 경제를 전망해달라.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3~7.4%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중국 당국이 설정한 목표치인 7.5% 내외에도 부합하는 수준이다. 경제성장률이 당장 7%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는 만큼 지금의 성장 속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지난해 말 중국 당국이 경제 상황에 대해 ‘뉴노멀’(신창타이·新常態)이라는 평가를 했는데, 이는 미래에 대한 판단이며 앞으로의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는 ‘노멀’ 상태였다고 보는게 맞다. 올해 중국 당국의 숙제는 성장이 아니라 구조조정과 개혁 추진이다. 여기에 중점을 두면 당연히 일정 수준 성장 속도를 작년보다 더디게 하려 노력해야 한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올해 중국 경제의 성장률이 7%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렇지만 이는 지나치게 비관적인 분석이다. 중국 경제는 여전히 8~10%대 성장률을 달성할 여력도 갖고 있다고 본다. 다만, 말했듯이 성장에 중점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성장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 가능성은 작고 7%대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 미니 부양책들만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다시 말해 올해도 7%대 성장률은 너끈히 달성할 수 있다. 올해 중국 정부가 내놓을 성장률 목표치는 작년보다 살짝 낮은 7.3% 수준이 될 것으로 본다.
-중국 경제의 올해 장애물과 성장 동력은.
△가장 큰 문제는 구조조정이다. 과잉생산이 계속 문제가 되고 있으며, 약 50% 정도에 미치는 것으로 본다. 그런데 이것을 무작정 축소하기는 쉽지 않다. 과잉생산을 줄이려면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기업 대출 등을 맡은 금융업 쪽으로 부작용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 당국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섣불리 손을 댔다가는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어 보다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기술적인 경쟁력’이 취약점이다. 기술 혁신과 창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한다. 반대로 중국의 올해 가장 큰 성장 동력은 도시화다. 도시화는 수요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과잉생산 문제의 해결 고리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투자와 소득이 늘어나는 등 중국 경제에 좋은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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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값 하락에 걱정이 많은데.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이유는 1990년대말과 같이 집을 꼭 사야 한다는 인식이 사라져 수요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며,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게다가 정부의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인 경제적용방(經濟適用房)을 활성화하면서 내수 수요는 더욱 감소하고 있다. 또 중국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세가 일부 영향을 줬을 수도 있지만 아직 시행전이라 수요 변화에 따른 가격 하락 영향이 가장 크다. 부동산 가격 하락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것은 금융쪽이다. 그러나 정부의 꾸준한 통제로 은행 대출 담보의 부동산 비중이 과거 80%에서 20% 정도까지 내려와 이 역시 근본적인 위협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집값 하락에 주식 등으로 자금이 옮겨가는 듯한데
△맞는 얘기다. 지난해 말 기준금리 인하와 후강퉁 시행 등 호재가 겹쳐지면서 중국 증시가 상승세를 타면서, 증시 쪽으로의 자금 유입이 활발해지고 있다. 부동산 쪽 등에서 이탈된 자금들이 들어오고 있고, 최근에는 개인 투자자 숫자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들을 종합해 보면 올해 증시 분위기도 좋을 것으로 본다.
자본 시장 개방이 속도를 내면서 위안화 국제화도 빨라질 것으로 본다. 또 중국 정부가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이 추진 중인 육상·해상 실크로드의 약칭)에 참여하는 국가들의 무역 결제 역시 위안화로 하기를 주문하고 있다는 점도 위안화 국제화에 긍정적인 점이다.
-앞으로 중국 산업은 어떻게 변화될까
△중국은 제조업 대국이긴 하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 여전히 부족한 점이 있어 강국이라 말하긴 아직 어렵다. 중국이 내년부터 시작하는 13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에는 제조업 측면에서의 발전도 담겨 있다. 세 가지 면의 변화를 강조하고 있는데 그 첫 번째가 제조업 대국에서 제조업 강국으로 변화다. 그리고 중국 제조(made in china)에서 중국 창조(create in china)로, 단순 노동에 의한 제조에서 창의력과 기술을 통한 생산으로의 탈바꿈도 포함돼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핵심 기술 개발이나 혁신, 창조, 디자인 등에 있어서 한 단계 도약이 필요해 보인다.
투자 위주에서 소비 위주로 산업 형태는 발전하겠지만, 여기에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중국의 소비가 매년 10%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투자 성장률 역시 만만찮다. 다만, 중국 당국도 10년 후 하나의 소비 국가가 될 중국을 겨냥해 서비스업이나 소비생산적인 측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과 중국 경제도 더욱 가까워지고 있는데
△한국과 중국의 경제적 관계는 더욱 밀접해지고 있고 중국이 한국 경제를 함께 끌고 나가고 있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 FTA 체결로 양국 기업들의 교류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 한국 기업들에도 불리한 점은 있다. 예를 들어 과거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가져온 기술을 발전시켜 자신들만의 기술로 만들었다. 이 기술력이 중국 내에서 경쟁력으로 작용했지만, 최근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이 상승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중국 내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 기업이 중국 기업들과 협력해야 한다고 본다. 협력을 통한 기술 공유, 기술 진보가 해답이 될 것이다. 한국은 일본처럼 R&D 센터를 본토에만 지으려는 실수를 해서는 안된다. 일본은 일본 안에만 R&D센터를 두고 일류 기술을 공개하지 않았다. 추가 성장 한계에 부딪히면서 일본의 많은 기업이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이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고 중국과 공동으로 성장하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두 나라 기업이 가장 잘 협력할 수 있는 분야는 인터넷, 서비스 분야다. 한국의 기술력과 중국의 큰 시장이 결합돼 양국 기업들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의료기술이나 엔터테인먼트 역시 중국에서의 기회가 많다고 본다. 한국 기업은 프리미엄급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 휴대전화나 자동차가 우수한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의 저가 브랜드들을 웃도는 수준 정도라는 것이다. 자동차는 유럽의 BMW나 벤츠에는 뒤지고, 휴대전화 같은 경우는 여전히 애플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