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입법이 없다‥정치쇼로 전락한 법안발의

김정남 기자I 2014.07.04 06:26:31

4월국회 이후 540여건 발의됐음에도 입법실적 전무
19대국회 들어 입법 소홀 확연‥"애초 정치쇼 목적"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세월호 정국에서 수백건의 법안들이 쏟아졌음에도 정작 입법실적은 전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세월호 방지법 등 대부분 법안들은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이같은 경향은 19대국회 들어 더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안발의가 마치 ‘정치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안 10개 중 7개는 휴지통으로

이데일리가 3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4월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지난 5월2일 이후 여야와 정부가 낸 540여건의 법안들(인사청문요청안 등 제외) 중 처리된 것은 단 한 건도 없었다.

특히 세월호 침몰사고 직후 여야 모두 처리를 공언했던 세월호 특별법 제정안과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제정안)과 유병언법(범죄수익은닉의 규제·처벌법 개정안) 등도 통과되지 않았다. 이들 법안들은 여야 이견이 커 9월 정기국회로 다시 미뤄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16대~19대국회 법안처리 현황. 19대국회는 2012년 4월부터 현재까지 현황(폐기법안 내에 미처리 계류법안도 포함). 출처=국회의안정보시스템.
국회 한 관계자는 “6·4 지방선거와 7·14 새누리당 전당대회, 7·30 재보궐선거 같은 초대형 정치이벤트가 겹쳐 법안논의는 뒷전으로 밀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같은 일부 쟁점법안은 여야 협상테이블에는 오르는 만큼 그나마 사정이 낫다. 하지만 다른 대다수 법안들은 논의조차 안된채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의 한 비례 초선의원은 “특히 초선들이 수십개 이상 법안들을 내도 제대로 검토되는 것은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경향은 갈수록 심해지는 추세다. 19대국회(2012년~)에서 현재까지 발의된 전체 법안 1만529건 중 계류중이거나 폐기된 법안들은 7451건(70.7%)이었다. 가결 혹은 부결되거나 병합 심사되는 등 ‘검토’되는 법안들의 비중이 30%도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여야 논의를 거쳐 가결된 법안은 1276건으로 12.1%에 그쳤다.

반면 18대국회(2008~2012년)에서는 전체 1만3913건의 법안 중 7220건이 폐기돼 51.9%의 비중을 보였다. 현재 19대국회와 비교하면 20%포인트 가까이 낮은 수치다. 가결 비중도 16.9%로 지금보다 5%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2000년대 초중반에는 입법실적이 더 좋았다. 17대국회(2004~2008년)에서는 3574건(47.7%)의 법안이 휴지통으로 들어갔다. 16대국회(2000~2004년)에서는 전체 2507건 중 가결된 법안(948건·37.8%)이 폐기된 법안(880건·35.1%) 보다 더 많았다.

◇“법안발의는 그 자체로 정치쇼로 전락”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치권 안팎에서는 의원들의 법안발의 자체가 시류에 편승한 ‘이름 알리기’의 목적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한다. 특히 세월호 사고 같은 메가톤급 이슈가 터지면 비슷비슷한 내용의 ‘XX방지법’들이 쏟아지는 게 대표적이다. 여권의 한 보좌관은 “발의건수가 곧 실적으로 평가돼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졸속’ 발의는 스스로 제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19대국회 들어 법안발의는 정치쇼로 전락했다”면서 “입법권자들이 선거를 핑계로 입법 논의를 하지 않는 건 곧 국민들을 속이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휴지통에 버려지는 법안들이 많아질수록 국민들의 혈세가 낭비가 된다는 점도 문제다. 의원의 법안들은 국회 법제실 등의 검토를 거쳐서 발의된다. 정부입법의 경우 관계부처협의→당정협의→입법예고→규제개혁위 심사→법제처 심사→차관·국무회의 심의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 발의되기 때문에 예산이 더 많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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