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장관은 ‘전시 여성 인권’ 식의 우회적 표현 대신 ‘위안부(comfort women)’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일본 정부의 책임을 명확히 했다. ‘일본 제국주의 군에 의해 징집된 전쟁 성노예 희생자(victims of wartime sexual slavery drafted by the Japanese imperial armed forces)’라고도 표현했다.
윤 장관이 불과 6개월 전인 2013년 9월 유엔 총회에서 ‘지난 세기 전시 성폭력 피해자 문제(for the victims of sexual violence during conflicts of the last century)’라고 언급한 것과 비교해 이번에는 직접적으로 일본을 겨냥, 올바른 역사인식과 함께 조속한 문제 해결을 촉구한 것이다.
우리 외교수장이 인권 현안을 이유로 유엔 인권이사회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 만큼, 윤 장관의 행보는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정부는 한·일 양국간 관계에 국한해서가 아니라 일본의 역사 왜곡 전반의 문제를 국제사회에 공론화해 일본을 고립·압박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평가다.
◇日 잇단 ‘우경화 행보’ 견제
일본은 아베 내각이 들어선 2012년 12월 이후 역사 왜곡을 점차 노골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아베 총리가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전격 참배한 것을 시작으로 독도 영유권 주장, 역사교과서 왜곡 등 우경화 작업이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아베 총리의 의도는 올해 상반기 평화헌법 해석 변경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을 추진하기 위한 일련의 행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주창한 ‘적극적 평화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방어역할에만 국한된 자위대의 활동영역을 확대하려는 구상을 숨기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이 같은 행보에 발맞춰 대응 강도를 높이고 있다. 윤 장관이 이번 유엔 인권이사회에 참석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직접 제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윤 장관의 참석을 저울질하다가 신동익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이 정부 대표연설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을 검토하기도 하는 등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朴대통령 의중 반영된 듯
윤 장관이 직접 위안부 문제를 제기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란 게 정설이다. 박 대통령은 한·일 관계가 ‘무라야마 담화(침략전쟁과 식민지배 사과)’와 ‘고노 담화(위안부 강제동원 인정)’를 기초로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데, 일본이 최근 이 같은 전제조건을 뒤흔들며 한·일관계의 근간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달 28일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고노 담화를 검증할 조사팀을 정부 내 설치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 3일에는 사쿠라다 요시타카 문무과학성(교육부) 부대신(차관)이 고노 담화가 날조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등 역사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여타 다른 역사 문제보다도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다. 지난 1월26일 향년 91세의 나이로 황금자 할머니가 별세한 이후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생존자는 55명에 불과하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의 만행을 낱낱이 폭로해 줄 역사적 증인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윤 장관의 다음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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