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원 기자] 우리 조상들이 남겨 준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 철학은 현대 학문에 두루두루 적용할 수 있다. 실생활은 물론, 정치에 응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즉 천(天)은 ‘명분’, 지(地)는 ‘실리’, 인(人)은 ‘국민’에 각각 대응시킬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천지인이 하나가 됐을 때 홍익인간(弘益人間)을 구현할 수 있다고 봤다.
천지인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분야는 사격이다. 천은 가늠좌, 지는 가늠쇠, 인은 목표물을 의미한다. 가늠좌와 가늠쇠, 목표물이 하나가 되어야 총알이 목표물에 도달할 수 있다.
최근 정치인들이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 즉 명분과 실리만 추구하면서 국민이 실종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치권은 6·4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의회·기초단체장 정당공천제 폐지 논란으로 시끄럽다. 새누리당은 기초선거 정당공천을 유지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오는 22일 의원총회를 열어 이번 논란에 쐐기를 박을 방침이다.
민주당은 대선 공약 때 새누리당이 내놓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약속을 실천하라고 압박했다. 명분은 ‘공약 이행’이다. 공약 이행 촉구와 함께 새누리당의 부도덕성을 강조하면서 실리를 챙기자는 속셈으로 비쳐진다. 이 과정에서 최종 목표물인 국민은 보이질 않는다.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명분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위헌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오픈 프라이머리(개방형 예비경선)를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공약까지 깨면서 제안한 새누리당의 실리는 무엇일까. 수도권 공략을 위해 지지세를 규합하겠다는 게 목적인 것 같다. 공약을 깨는 것으로 봐서 최종 목표인 국민은 관심도 없는 듯하다.
사실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논란은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지방자치 선거가 부활하면서 광역선거 정당공천은 허용됐으나 2002년 선거까지 4차례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이 금지됐다.
지금처럼 기초선거 정당공천제가 허용된 것은 2006년부터였다. 명분은 지역정당의 독식 현상 방지, 풀뿌리 정당조직의 활성화 등의 실현이었다. 기초의원 소선거구제를 중선거구제로 바꾸려는 여당(열린우리당)과 기초의회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도입하고 싶어 했던 야당(한나라당)이 타협하면서 서로 실리를 챙겼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은 국민을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 여야가 내세운 명분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지역정당 지배구도가 여전했고 공천의 폐해도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례로 2006년 부산지역에서 선행기호 후보 61명이 모두 당선됐다. 개인의 능력이나 정책보다 무조건 앞 순위 기호의 후보가 승리한 것이다. 후보자가 어떤 사람인지, 거의 모르는 상태에서 선호 정당의 선행 기호의 후보자를 뽑는 ‘묻지마 투표’가 일어났다.
정당공천제 폐해는 교육감 선거 때도 나타났다. 2007년 대통령 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교육감 선거 4곳에서 대통령 당선자의 기호와 동일한 기호 2번이 모두 당선됐다. 역시 후보자의 공약은 물론 성품도 모른 채 투표가 진행된 것이다.
정치인들은 ‘개혁’(改革)을 외치지만 본질을 놓치고 있다. 혁(革)은 주역 64괘 중 49번째 괘로 ‘연못 아래 있는 불’을 의미한다. 주역에서 이 괘상은 ‘군자(君子)가 치역명시(治歷明時: 역법을 다스리고 때를 밝게 한다)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혁이란 짐승의 표피를 여러 번 삶고 무두질해서 기름기를 뺀 부드러운 가죽을 의미한다. 즉 근본적인 변화를 뜻하는 것이다. 정치권이 국민을 위해 근본적으로 변화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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