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 펼쳐진 건 완벽한 어둠. 눈을 감았을 때 보다 더한 압도적인 어둠. 맹세코 빛이라고는 단 한 줄기도 볼 수 없는 암흑이 그 실체를 드러냈다.
이 우주를 만들었다는 ‘빅뱅’ 이전의 모습이 바로 이런 것이었을까. 천지창조 이전의 세상. 도무지 이 안으로 광자(光子)라고 부르는 빛 알갱이가 끼어들 여지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 6일 오후 12시 20분쯤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마하리 산1번지 백룡동굴. 내년이면 환갑이 되는 동굴 가이드 김병희씨는 이렇게 신비하고 경이로운 지하세계로 나를 성큼성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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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대광장’에서 약 20초쯤 손님들께 이런 경험을 드리거든요. 제가 갖고 있던 랜턴도 다 끄고, 안전모 램프도 다 끄고. 그러면 이렇게 깜깜해지는 겁니다. 놀라셨죠?”
어둠 저편에서 김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놀랐습니다. 놀라고 말고요. 이런 신기한 경험은 처음이거든요.
동강을 바라보는 백운산 기슭에 위치한 백룡동굴은 1976년 1월 어느 날 동네 청년들에게 우연히 발견됐다. 전체 길이 1.2km의 석회동굴. 이어 당국과 학계의 조사를 거쳐 1979년 2월 천연기념물 제260호로 지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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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백룡동굴에는 억겁(億劫)의 시간이 빚어낸 흔적들로 가득하다. 전세계 어느 동굴보다도 풍부한 생성물들이 형형색색, 기기묘묘하게 자리잡고 있다. 종유석, 석순, 석주, 석화, 휴석, 유석 등 석회 동굴에 있어야 할 것들은 다 있다.
이 때문에 백룡동굴은 탐사형 동굴이 됐다. 가로등처럼 밝은 조명 아래서 느긋하게 걷는 동굴이 아니다. 머리를 숙이고,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으며 동굴 안으로 나아가야 한다. 심지어 아예 엎드린 자세로 기어야 한다.
그래서 복장과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여기에 들어가려면 우주복 같은 옷을 입고, 긴 장화를 신고, 헤드램프가 달린 안전모를 쓰고, 장갑을 끼고, 혁대를 둘러야 한다. 그리고 미래소년 코난이나 인디애나 존스와도 같은 호기심과 모험심으로 단단히 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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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절반 쯤 지나면 사람 하나 겨우 기어들어갈 정도의 이른바 ‘개구멍’이 나온다. 낮은 포복 자세로 통과하니 또다른 별천지가 펼쳐진다.
“이거 달걀후라이처럼 생겼죠? 저기 천정에 있는 저것 좀 보십시오. 삼겹살과 똑같지 않습니까? 저 바닥에 있는 것은 마치 남자의 그…”
진짜 똑같다. 동굴에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파이프오르간, 공룡, 삿갓, 방패, 커튼, 꽃 등을 닮은 석순과 종유석들이 즐비하다. 인공의 냄새라곤 전혀 없는 자연이 만들어낸 만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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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룡동굴은 사전에 전화(033-334-7200~1)나 온라인(cave.maha.or.kr)으로 예약을 해야 탐사가 가능하다. 하루 탐험 횟수는 9차례(동절기에는 8차례)로 제한되며, 인원 역시 한번에 15명을 넘지 못한다.
◇ 스키 부럽지 않은 ‘개썰매’…‘송어축제’도 곧 개막
6년 뒤 동계올림픽이 열리게 될 평창은 크게 두 개의 얼굴을 갖고 있다. 멋드러진 리조트와 스키장이 있는 북부 지역(봉평·용평·진부·대관령)과 수수하고 소박한 시골이 있는 남부 지역(대화·방림·평창·미탄).
북부가 기업들이 만들어 낸 관광지라면 남부는 주민들이 땀흘려 일궈낸 여행지다. 그 중 대표적인 곳이 ‘700빌리지’다.
평창군 평창읍 조동리 산 중턱에 있는 이 곳에서는 험한 산길을 따라 산악오토바이와 산악자전거, 산악오픈카에다 심지어 산악승마를 즐길 수 있다. 특히 겨울이면 큰 개인 알래스카 말라뮤트가 끄는 ‘눈썰매’를 탈 수 있다. 1.2km의 눈길을 헤치고 나아가는 기분은 스키나 스노보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짜릿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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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의 폐교를 마을 문화공간인 ‘감자꽃스튜디오’로 만들어 10년간 운영해온 이선철 용인대 교수는 “평창 남부는 북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자연 그대로의 맛이 있다”며 “북적대지 않아 여유로운 이 곳에서 평창의 진짜 참맛을 맛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서 처음으로 송어를 양식한 평창 오대천에서는 오는 22일부터 내년 2월 3일까지 44일간 송어축제가 열린다.겨울 내내 열린다고 할 만큼 긴 기간 열리는 축제에는 송어 얼음낚시, 맨손잡기를 비롯해 눈썰매, 얼음썰매, 스노우래프팅, 봅슬레이, 얼음기차 등등 다양한 놀거리들이 준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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