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뉴욕증시가 또다시 소폭 하락했다. 이로써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최근 한 달만에 가장 부진한 시기를 지나게 됐다. 유럽연합(EU) 재무장관회의와 미국의 2분기 어닝시즌이라는 두 가지 이벤트가 시작되기도 전에 시장은 벌써부터 우울한 결과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형국이다.
EU 재무장관회의의 경우 지난 EU 정상회의 합의 내용을 보다 구체화하고 명백하게 합의하는데 의미가 있다곤 하는데, 여전히 주요 국가별로 의제를 둘러싼 이견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오는 20일에 열리는 다음번 회의까지 굵직한 합의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대책 마련은 더딘 반면 금융시장 불안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스페인의 10년만기 국채금리는 이날도 위험수준인 7%를 웃돌며 유로존 지도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제프 새비지 웰스파고 프라이빗뱅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스페인 국채금리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는데, 10년만기 국채금리가 7%라는 것은 결코 지속 가능한 수준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아주 암울한 소식인데, 이미 미국의 경제지표가 부진해지고 있는 때에 이같은 유로존 악재까지 나오고 있어 부담이 크며 이는 미국 기업들의 실적에도 어떤 방식으로든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구나 뉴욕증시가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일 이번 2분기 어닝시즌에 대한 전망도 좋지 않다. 제이슨 프라이드 글렌메드 전략담당 이사는 “최근 보였던 미국 경제지표 둔화와 같은 양상이 이번 기업 실적 발표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이는 여름 내내 증시 부진을 야기할 것이며 최근 2년간에도 같은 패턴이었다”고 지적했다.
모간스탠리의 아담 파커 수석스트래티지스트 역시 “미국 기업들의 실적은 증시를 지탱하는 강력한 버팀목 가운데 하나였지만 이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은 실적 악화로 인해 S&P500 지수는 올 연말에 현재보다 14% 정도 낮은 1167선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시장 기대가 워낙 낮아진데다 첫 테이프를 끊은 알코아의 실적이 괜찮았던 만큼 의외의 호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만만치 않다.
키프라이빗뱅크의 닉 라이히 리서치이사는 “일단 이번 2분기 실적에서 이익 성장률은 전년동기대비 9% 정도로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지난 분기의 15%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라면서도 “알코아의 2분기 실적이 예상을 뛰어넘는 양호한 내용을 보였던 만큼 앞으로 실적을 내놓을 나머지 475개 기업들의 발표에 대해서도 기대를 갖게 하는 좋은 출발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폴 젬스키 ING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자산배분 헤드도 “현재 투자자들은 어닝시즌에 대해 아주 비관적인 상태”라며 “이런 점에서 실제 결과가 예상치를 웃돌기에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고, 이는 주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퀸시 크로스비 푸르덴셜파이낸셜 스트래티지스트는 “이번 어닝시즌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주문 취소가 어느 정도 늘어났는지 하는 점인데 이는 불확실성의 척도가 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향후 기업 실적에 대한 전망 등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