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민 기자]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이 방송통신위원회의 내부감사에서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 주먹구구식 인사채용과 예산낭비, 회계규정 위반 등 적발 항목도 다양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3월 내놓은 KCA 감사보고서를 보면 KCA 직원들의 근무행태는 연간 5000억원 이상의 정부 기금을 운용하는 공공기관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
◇ 채용·인사관리 소홀..인사팀 7명 징계
KCA는 채용시 학력기준을 완화하라는 정부 지침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아울러 법에 정해진 계약직의 일반직 전환규정과 무기계약직 전환 및 갱신규정을 마련하지 않았다가 감사에서 적발됐다.
방송통신발전기금 등 5000억원이 넘는 자금 운용을 담당할 책임자를 뽑는 과정도 파행의 연속이었다. KCA는 지난해 기금운용과 R&D 업무를 총괄할 본부장을 선임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인재선발시험위원회를 구성,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심사를 벌였다. 그러나 위원회는 심사결과 적합한 인사가 없다는 이유로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았다.
KCA는 본부장 선임시 인재선발시험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복수의 후보중 적임자를 원장이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양유석 KCA 원장이 재차 후보 추천을 요구하자 KCA는 위원회를 새로 구성해야 하는 규정을 무시한 채 기존 위원회에서 기금운용과 R&D기획 업무를 분리한 뒤 기금운용쪽에서만 후보자를 추천했다.
이에 방통위는 시험위원회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전체 위원의 절반 이상을 외부위원으로 구성하고 위원장을 임원급인 기획조정실장으로 교체하도록 했다. 또한 방통위는 인사관리 부적정, 채용기준 부적정, 서류 및 면접심사 부적정, 채용 부적절 등을 이유로 관련직원 1명에 `경고`, 6명에게는 `주의` 조치를 내렸다.
방통위 관계자는 "규정을 무시한 주먹구구식 채용 및 인사관리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인사팀 전체를 징계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방통위는 KCA가 관리하는 자격시험과 관련, 문제은행 관리시스템 보안을 강화하도록 했다. KCA 직원이면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데다 로그인 기록조차 남지 않아 문제 유출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KCA는 국가자격증인 정보통신기술사, 무선통신사, 아마추어무선기사 등 9종의 자격시험을 주관하고 있다.
◇ 퇴직직원 설립회사에 일감 몰아줘
난맥상은 인사만이 아니다. 방만한 예산관리도 감사에서 대거 적발됐다. 남은 예산을 소진하기 위해 불필요한 연구용 기자재를 연말에 몰아서 구입했는가 하면 퇴직 직원들이 설립한 회사에 기술용역 및 건물관리를 전담시켰다가 관련직원 4명이 징계를 받았다.
또한 KCA는 `스마트워크` 도입을 이유로 직원들이 가정에서 쓰는 초고속인터넷 이용료를 대신 내주다가 감사에서 지적을 받았다. 심지어 직원들이 회사 차량을 주말이나 퇴근후에도 사용하다 과속과 주정차 위반으로 딱지를 떼기도 했다.
방통위는 KCA에 자녀 학자금 지원에 상한선을 두지 않은 채 실비를 전액 지원하도록 돼 있는 규정을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자녀가 사립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직원에게는 연간 700만원에 가까운 학자금을 지급하는 등 문제가 있어 지원규모에 상한선을 두도록 권고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방통위는 KCA가 신입 직원 초봉을 끌어올리면서 전년 입사자와 급여 역전현상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도 개선을 요구했다.
KCA 관계자는 "감사에서 지적된 내용중 상당수에 대해 이미 시정조치를 완료했다"며 "재발방지를 위해 전직원이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KCA는
방통위로부터 방송통신발전기금 운용을 위탁받은 산하 공공기관으로 지난해 1월 출범했다. 방발기금을 기반으로 디지털방송전환 및 방송콘텐츠 제작 지원, 정보보호, 미래인터넷 개발 등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방발기금은 전년대비 50% 가까이 늘어난 8258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