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3월 16일자 8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문정현 기자] 국내 원자력발전소 가운데 고리 원전의 고장·정지 건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원전 측이 1호기 전력상실을 한 달 간 은폐된 사실까지 드러나 노후화에 따른 폐쇄 논란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15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지난 해 기준 고리 1호기의 연평균 고장·정지 건수는 약 3.2건으로 가장 높았다. 고리 2~3호기도 연평균 1.1~1.9건의 정지사고를 내 1건 미만인 월성·영광·울진 원전에 비해 고장이 잦았다.
고장·정지란 1년 동안 정상 운전 중 기기고장이나 인적 요인으로 발전소가 불시에 정지한 건수로, 원전의 운영관리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고리 원전은 지난 1970~1980년대 상업운전을 시작해 가동 연수가 다른 원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다. 이를 감안해 최근 5년간 건수를 살펴봐도 적지 않았다. 최근 5년 고리 1~4호기의 고장·정지는 11건으로 울진 1~6호기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고리 2호기의 고장·정지는 총 6건으로, 신고리 1호기를 제외한 전체 원전 20기 가운데 가장 많았다.
고장이 잦다보니 무고장 안전운전 일수(연료교체 후 다음 연료교체 시기까지 정지없이 연속으로 운전하는 것)도 당연히 짧았다. 지난 5년간 고리 원전 1~2호기의 안전운전 일수는 365~377일로 다른 원전의 400~500일보다 짧았다. 고리 원전 가운데 상업운전 연수가 가장 짧은 4호기만 지난 해 473일을 기록했다.
이번에 논란이 된 고리 원전 1호기는 30년 설계수명이 지났지만 지난 2008년에 10년 재가동 승인을 받아 운영 중이다. 정부는 월성 1호기 등 설계수명이 다 해가는 다른 원전의 수명 연장도 검토하고 있지만, 사고 우려로 시민단체와 국회의 폐쇄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고장·정지는 발전소 인력의 운전 기술에 따라 다를 수 있어 반드시 노후화와 관련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신설 발전소도 고장이 많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