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전설리특파원] 26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이 나흘째 상승세로 마쳤다.
이날 장중 내내 하락권에 머물던 주요 지수는 장 마감을 2시간 남겨두고 낙폭을 줄여 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가까스로 상승권에 턱걸이 한 채 마감했다.
장 초반 사흘간 이어온 `산타 랠리`에 따른 부담 속에 홀리데이 쇼핑시즌 소매매출의 부진과 사상 최대폭의 주택가격 하락이 경기침체(recession) 우려를 일깨우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마스터카드 어드바이저의 집계에 따르면 추수 감사절 다음 날인 블랙 프라이데이부터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24일까지 미국 소매업체들의 매출은 전년동기비 3.6% 증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케이스-쉴러(Case-Shiller) 주택가격 지수는 6년래 최대 하락폭을 기록해 미국 주택시장이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애플이 사상 처음으로 200달러를 넘어서는 등 기술주가 강세를 나타낸데다 유가 상승으로 상품주도 랠리를 펼치면서 막판 반등을 이끌어냈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1만3551.69로 전일대비 2.36포인트(0.02%) 올랐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0.91포인트(0.40%) 상승한 2724.41로 거래를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1497.66으로 1.21포인트(0.08%) 올랐다.
국제 유가는 재고 감소 우려 속에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2월물 인도분 가격은 전일대비 배럴당 1.84달러(2%) 오른 95.97달러로 마감했다. 이날 유가는 장중 96.54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는 한 달래 최고 수준이다.
미국 국채수익률은 올랐다.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4.29%로 전일대비 7.8bp 올랐다. 국채 2년물 수익률은 6.8bp 상승한 3.31%로 거래를 마쳤다.
◇타겟 등 유통주 `하락`-애플 등 기술주 `상승`
타겟(TGT)이 2.5% 하락하는 등 홀리데이 쇼핑시즌 매출 부진 여파로 유통주가 약세를 나타냈다.
타겟은 12월 동일점포매출이 -1%~+1%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이달 초 전망치였던 3~5% 증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세계 최대 할인점 월마트(WMT)는 0.7% 내렸다. 백화점 메이시(M)와 의류 유통업체 갭(GPS), 전자제품 유통업체 서킷시티(CC)도 각각 3.9%, 2.5%, 6.7% 떨어졌다.
반면 애플 등 기술주는 강세를 나타냈다.
애플(AAPL)이 0.1% 올랐다. 이날 애플 주가는 장중 사상 처음으로 200달러를 돌파했으나 종가로는 200달러선을 하회했다.
이밖에 구글(GOOG)이 1.4% 올랐고, 아마존닷컴(AMZN)도 2% 상승했다.
유가가 오르면서 엑손 모빌(XOM)이 1.2% 오르는 등 상품주도 랠리를 펼쳤다.
62억달러의 자금 조달에 성공했으나 지분 헐값 매각 논란에 휩싸인 메릴린치(MER)도 1.2% 상승했다.
베어스턴스(BSC)는 영국 억만장자인 조셉 루이스가 지분을 종전 8.01%에서 9.57%로 늘렸다는 소식에 0.6% 전진했다.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BRKA)는 마몬 홀딩스 지분 60%를 45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0.4% 올랐다.
◇10월 주택가격 6.1%↓..`6년 최대폭 하락`
미국의 지난 10월 20대 대도시 주택가격은 6년래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스탠다드 앤 푸어스(S&P)는 10월 케이스-쉴러 주택가격 지수가 전년동기대비 6.1% 급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1년 이 지수가 발표되기 시작한 이래 최대 하락폭으로 지난 9월 하락폭(4.9%)보다도 확대된 수준이다.
10월 미국 10대 대도시의 주택가격도 6.7% 떨어져 사상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20개 도시 가운데 17개 도시의 주택가격이 전년동기대비 하락한 가운데 마이애미와 플로리다, 탬파의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9월과 비교해서는 20개 도시 주택가격이 모두 하락했다.
이 지수의 공동 창안자인 매크로마켓의 로버트 쉴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데이타를 어떻게 뜯어봐도 현재 미국 주택 시장의 상황은 험악하다"고 평가했다.
◇12월 리치몬드 제조업 경기 `악화`
리치몬드 지역의 제조업 경기도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리치몬드 연방준비은행은 12월 제조업 지수(계절 조정치)가 전월의 0에서 -4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는 블룸버그 통신이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1도 하회한 수준이다.
선적 지수가 전월의 1에서 -10으로 떨어졌고, 신규 주문 지수도 -6으로 전월대비 5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고용 지수는 -1에서 5로 상승했다.
물가 지수는 상승했다. 생산자 물가 지수는 2에서 3.19로, 소비자 물가 지수는 1.11에서 2.32로 올랐다.
이 지수는 0을 기준점으로 이를 넘어서면 경기 확장을, 하회하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