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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교수 또 기념비적 업적

조선일보 기자I 2005.05.20 07:36:02

병든 세포 새 세포로 대체 길 열다
환자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배양 첫 성공
면역거부반응 없이 난치병 치료 가능해져

[조선일보 제공] 서울대 황우석(黃禹錫·53) 석좌교수가 세계를 또 놀라게 했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인간 체세포 복제를 통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든 데 이어 이번에는 실제 환자의 체세포를 복제해 배아줄기세포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역시 세계 최초이다. 황우석 교수는 19일 “척수 손상으로 팔·다리가 마비된 환자 9명과 선천성 면역글로블린 결핍증·소아당뇨 등 모두 11명의 환자에게서 피부세포를 떼어 내 복제한 뒤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며 “이제 환자 자신의 줄기세포로 질병에 걸린 인체 세포와 조직을 바꾸는 일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한국시각 20일 새벽 3시 저명한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인터넷판을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됐다. 줄기세포는 신경·췌장 세포 등 인체 각종 세포와 조직으로 자랄 수 있는 원시상태 세포를 말한다. 환자의 줄기세포로 건강한 세포를 만들어 이식하면 면역 거부반응 없이 질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황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실험은 작년 10월부터 18명의 여성으로부터 185개의 난자를 기증받아 이뤄졌다. 이를 통해 남자 환자 8명을 포함해 2~56세 환자 모두에서 체세포 복제가 가능했고 최종적으로 11종의 배아줄기세포가 완성됐다. 황 교수팀이 지난해 인간 배아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을 때는 젊은 여성의 난구세포 핵을 동일 여성의 난자에 넣어 복제했다. 이 때문에 남성이나 어린 여성 또는 폐경기 이후 여성은 복제가 불가능할 것이란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어느 누구에게나 치료용 줄기세포가 가능해졌고 아무런 생물학적인 관계가 없는 난자를 사용하더라도 체세포 복제가 가능하다는 것도 입증했다. 이번 연구에는 줄기세포 하나당 17개의 난자가 사용됐다. 이에 따라 한 명의 여성 난자 분량으로 환자 한 명의 줄기세포 배양이 가능해졌다. 줄기세포 치료가 실용화될 경우, 난자 제공에 따른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다. 황 교수는 “복제 배아줄기세포로 환자를 치료하기까지 극복해야 할 실험 연구의 10단계 중 8단계가 해결된 셈”이라면서도 “성급한 장밋빛 기대보다는 차분히 앞으로의 연구결과를 기다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사이언스지는 황 교수의 일정에 맞춰 영국에서 별도 기자회견을 마련하는 등 연구팀을 시종 특급예우했다. 사이언스지 최초로 한글로 된 보도자료도 만들어 배포했다. 현재 황 교수팀은 이번에 만든 배아줄기세포로 동물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획기적인 연구성과가 릴레이로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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