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매수세가 일어났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니다”
지난 주말의 뉴욕 증시 폭락을 매수 기회로 엿보고 있던 투자자들이 장 막판에 몰려들어 나스닥 지수가 폭등했다. 폭등으로 장이 마감됐지만 불확실성이라는 단어와 변동성(volatility)이 이날 역시 장을 지배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 컴퓨터 소프트웨어, 컴퓨터 하드웨어, 네트워킹, 인터넷 등 기술주들이 올랐다.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한 금융주들도 일제히 상승세를 탔다. 제약, 공공설비 주식도 상승. 그러나 생명공학, 유통, 항공 주식들은 하락했다.
이날 나스닥의 폭등은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리고 있던 투자자들의 심리에 불을 지핀 일부 전문가들 덕분이었다. “기술주에는 별로 기대할 것이 없다”던 애널리스트들은 별로 드러나지 않았고, 매수 타이밍을 외쳐대는 애널리스트들이 전면에 등장했다.
페인웨버의 에드워드 커쉬너는 “기술 대형주가 매력적이다”라고 단적으로 말했다. 그러나 최근에 기업공개한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술주들은 앞으로 15% 정도 더 하락할 것이다라고 얘기했다.
‘도널드슨, 루프킨&젠레트’의 토머스 갈빈은 매수 기회라고 말하며 채권에서 15%를 꺼내 주식과 현금 보유비중을 각각 10%, 5%씩 올렸다. 그는 주식 비중을 90%까지 올렸는데, “기술주, 통신, 건강관리 등과 같은 주식들을 적극적으로 사들이라”고 추천했다. 그러나 닷컴은 제외했다.
또 기술주 폭락의 단초를 제공했던 골드만 삭스의 애비 코언도 이날 기술주에 대한 믿음을 다시 얘기했다. 리만 브라더스의 제프리 애플게이트는 대형 기술주에 대해 긍정적인 코멘트를 했다. 뱅크오브 아메리카의 토머스 맥마너스도 주식 비중을 높였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메릴린치의 투자전략가인 리처드 베른슈타인은 “우리는 정당한 가격에 거래되는 주식들이 없다고 믿는다”라며 “주식들이 너무 고평가돼 있거나 퇴보해 있다”고 말했다. 전통 가치주가 매력적이라는 얘기다. 메릴린치의 수석 시장 분석가인 리처드 맥케이브는 “주가 진전이 일어나기 전에 추가 하락에 대한 테스트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디디 맥갠 골위처는 “이번 주는 아마도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한 뒤 “상승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상승 전에 더 나빠질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실 이날 나스닥 지수가 폭등했다고는 하지만 모든 주식이 다 뛴 것은 아니다. 대형주들이 장을 이끌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는 내린 종목이 1734개로 오른 종목(1283개) 보다 많았으며, 나스닥에서도 내린 기업이 2616개로 오른 기업(1750개)을 웃돌았다. CNNfn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기술주 몇 개로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형주 중심의 러셀 2000 지수는 1% 남짓 오르는데 그쳤다.
이날 시장의 진폭이 컸던 것도 시장이 아직 불확실하다는 반증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이지 확실한 상승기조라고 말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나스닥은 25억 주로 사상 3번째 거래량을 기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일어난 저가 매수세를 주당수익률(P/E)로 분석했다. 나스닥 100 기업들의 평균 주가는 3월24일 수익의 165배 였으나 지금은 반으로 하락했다고 지적한 뒤, 최근 시스코는 155에서 100으로, 인텔은 60에서 47로 떨어졌고, 오러클은 31%, IBM은 15%, 휴렛 패커드는 22% P/E가 하락했다고 밝혔다. 스커더 켐퍼 인베스트먼트의 아니 홀처는 “투자자들이 질 좋은 성장주로 옮겨가고 있다”며 “매력적으로 보일 만큼 주가가 내린 종목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은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시스템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오러클, 노텔 네트워크스, 선 마이크로시스템스, EMC, IBM, 델 컴퓨터, 휴렛 패커드, 컴팩 등 기술주 대표주자들이 모두 올랐다. 오러클은 20% 가까이 폭등했으며 시스코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인텔, 노텔 네트워크스, 퀄컴, 선 마이크로 시스템스, EMC 등은 10% 이상씩 폭등했다. 기술주 중에서는 야후가 1.40% 빠졌다.
이날은 특히 경영실적이 주가 부양에 한 몫을 톡톡히 했다. 포드 자동차, 메릴린치, 씨티그룹, 찰스 슈왑, 이스트먼 코닥 등 경영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이 모두 올랐다. 지난 2주간은 그렇지 않았다. 또 CMGI와 같이 최근 많이 폭락했던 기업들도 대폭 상승했다. 일라이 릴리, 머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 화이자 등 제약주들이 상승했다. 프록터 & 갬블, 킴벌리 클라크 등 생활소비재 업종이 상승했다.
업종별 지수는 다음과 같다.
생명공학-나스닥(-1.3%), 아멕스(-0.7%)
반도체-필라델피아(13.2%)
인터넷-골드만삭스(3.7%), 아멕스(7.6%), 더스트리트닷컴(1.9%)
네트워킹-아멕스(6.8%)
전자상거래-더스트리트닷컴(-4.0%)
전자금융-더스트리트닷컴(-4.5%)
컴퓨터 박스메이커-필라델피아(9.6%)
금융-필라델피아 은행(1.8%), 아멕스 브로커/딜러(0.6%)
공공설비-다우존스(2.2%)
운송-다우존스(-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