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21대 국회가 막을 내리고 오늘 22대 국회가 출범한다. 21대 국회는 전반기 2년 임대차 3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처리에서 보듯 거야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주가 일상화된 데 이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당권을 잡은 2022년 8월 이후에는 이 대표 방탄과 탄핵, 특검법 공세가 난무하며 정국이 소용돌이쳤다. 그제 마지막 본회의에서는 순직 해병대원 특검법을 재표결에 부쳤지만 부결됐다. 전세사기특별법 등 5개 쟁점 법안을 같은 날 민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으나 발의된 2만 5855건의 법안 중 전체 처리 건수는 9467건(36.6%)으로 사상 최저다. 국회가 싸움터로 전락한 탓이다.
그러나 22대 국회는 더 걱정이다. 민주당 171석 등 범야권이 192석을 차지한 압도적 여소야대의 정치 지형 속에 정부·여당의 운신 폭은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이 야권 독주에 제동을 걸 수단은 사실상 없다. 대통령의 거부권 외에 기댈 곳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 대화가 막히고 숙의·합의의 절차가 실종된다면 의회 권력과 대통령의 충돌은 더 큰 파열음을 낼 게 뻔하다.
민주당이 해병대원 특검법을 곧 재발의하겠다고 공언한 데 이어 조국혁신당이 ‘한동훈 특검법’을 1호 법안으로 내겠다고 벼른 것만 봐도 22대 국회는 초반부터 격랑이 불가피하다. 한술 더 떠 민주당이 민생지원금 지급 법안을 발의할 경우 정부·여당과의 충돌은 피할 수 없다. 이 법안은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해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한동훈 특검법은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에 대한 수사에 보복적 성격이 짙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회의장으로 사실상 확정된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국회의장은 단순한 사회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야를 중재하며 대화 정치를 이끌 막중한 역할을 저버린 발언이다. “차라리 21대 국회가 더 낫다”는 탄식과 절규가 이어진다면 이보다 더 큰 불행은 없다. 국회를 향해 ‘범법자 도피처’라거나 ‘막말·비리·궤변 전문가들의 집합소’라는 혹평이 쏟아지고 있음을 의장과 의원들은 명심해야 한다. 22대 국회는 대화와 타협의 정신으로 나라의 내일을 진짜 고민하는 새로운 국회상을 보여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