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돌아온 예술의전당 '토월오페라'
21세기에도 사랑 받는 푸치니 유작
'네순 도르마' 등 아름다운 아리아 향연
역동적 무대·화려한 의상 인상적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아무도 잠들지 말라!”
오페라 역사상 가장 유명한 아리아 중 하나인 ‘네순 도르마’(Nessun dorma)는 오페라 ‘투란도트’를 대표하는 노래다. 한국어 제목은 ‘공주는 잠 못 이루고’라고 알려져 있지만, 원래 제목의 의미는 ‘아무도 잠들지 말라’이다. 얼음처럼 차가운 공주 투란도트가 자신의 수수께끼를 풀어낸 칼라프 왕자의 알아내라고 내리는 명령이다.
| 예술의전당 토월오페라 ‘투란도트’의 한 장면. (사진=예술의전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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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명곡을 무대에서 만날 기회가 생겼다. 지난 15일부터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 중인 오페라 ‘투란도트’다. 예술의전당 기획공연 ‘토월오페라’를 통해 2019년 초연한 작품이다.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을 기념해 4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고 있다.
‘투란도트’는 오페라를 대표하는 작곡가 중 한 명인 자코모 푸치니(1858~1924)의 유작이다. 12세기 시인 니자미가 쓴 페르시아의 서사시 ‘하프트 페카르’를 바탕으로 카를로 고치가 쓴 희곡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고대 중국에서 얼음처럼 차가운 투란도트 공주를 구애하기 위해 노력하는 칼라프 왕자의 이야기다. 후두암 투병 중에 작품을 썼던 푸치니는 3막 전반부인 ‘류의 죽음’까지만 작곡한 뒤 세상을 떠났고, 그의 절친한 친구였던 지휘자 토스카니니의 감독 아래 푸치니의 제자 프랑코 알파노가 작곡을 마무리했다.
사실 ‘투란도트’는 서양인의 오리엔탈리즘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품의 배경은 중국으로 설정돼 있지만 공주의 이름은 페르시아어에서 따왔다. 서양인이 동양에 대해 갖고 있는 환상의 집약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투란도트’가 오늘날까지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흥미로운 스토리에 있다. 투란도트가 자신과 결혼하기 위해서 풀어야 하는 세 가지 수수께끼, 그리고 목숨을 걸고 수수께끼 풀이에 나서는 칼라프의 도전이 21세기인 지금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여기에 칼라프를 흠모하는 시녀 류, 중국 왕실의 신화인 핑, 팡, 퐁 등 감초 같은 캐릭터들의 활약이 극에 재미를 더한다.
| 예술의전당 토월오페라 ‘투란도트’의 한 장면. (사진=예술의전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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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순 도르마’를 비롯한 아름다운 아리아의 향연도 ‘투란도트’가 대중적으로 사랑 받는 비결 중 하나다. ‘투란도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아리아는 류의 아리아 ‘주인님, 들어주세요’(Signore ascolta!)다. 칼라프가 투란도트의 수수께끼에 도전할 것을 선언하자, 류가 이를 만류하며 부르는 애잔한 사랑의 노래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 류 역을 맡은 소프라노 김신혜가 열연을 펼치며 관객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무엇보다 예술의전당 ‘투란도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작은 무대를 가득 채운 볼거리다. 공연장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은 2300여 석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의 절반에 못 미치는 1000여 석 규모의 중극장이다. 그러나 위아래로 움직이며 거대한 황금지붕을 상징하는 무대, 태양과 달, 12지신 등을 표현한 궁중 인물들의 화려한 의상이 인상적이다. 특히 위아래로 움직이는 무대는 공연에 역동감을 더하는 동시에 인물간의 계급 차이까지 보여주며 극의 주제를 강화하고 있다.
오페라 초심자라면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이번 공연에선 소프라노 이승은, 김은희가 투란도트 역, 테너 이범주, 이다윗이 칼라프 역, 김신혜와 함께 소프라노 신은혜가 류 역으로 출연했다.
| 예술의전당 토월오페라 ‘투란도트’의 한 장면. (사진=예술의전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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