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보험은 엄연히 위탁 협약 체결을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은행들은 발급 수수료를 떼며 이득을 취한다. 은행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규정 및 업무 처리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보증을 해주는 경우 손해배상을 하도록 명시돼 있다.”(HUG 관계자)
최근 전세사기와 역전세난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보증보험을 놓고 HUG와 시중은행 간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HUG가 보증보험을 통해 대신 내준 갚아준 전세보증금은 올해만 1조원이 넘어 역대급 적자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보증보험 위탁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시중은행의 상품 부실 취급으로 HUG와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 상황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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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UG는 올해 들어 시중은행을 상대로 전세대출 보증보험 위탁 업무 부실 책임 소재가 있다고 판단되는 건에 대한 손해배상소송 5건을 진행 중이다. 이미 지난달 우리은행을 상대로 한 전세보증 관련 분쟁에서 승소했고, 우리은행 외 공공기관과 전세보증금에 관한 기금의 운용 및 관리업무 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진행 중이다.(관련기사 ‘[단독]역전세 후폭풍…‘허그’에 소송당한 우리은행, 왜’)
은행들이 보증보험 위탁 업무를 하면서 오류를 범하는 가장 대표적인 것은 주택 가격 산정 과정이다. 아파트의 경우 우선 KB시세를 적용하고, 이후 공시가격의 일정비율(현재는 140%)을 두번째로 적용해야 하는데, 이 순번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을 경우 오류가 발생한다.
선순위채권 금액 산정에 대한 착오로 인한 분쟁도 많다. 선순위 채권 금액과 전세 보증금을 합한 금액이 주택가액 보다 적어야 보증보험을 발급할 수 있는데, 이를 과소평가하는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가령 주택가액이 2억원이고, 전세보증금이 1억5000만원이고 선순위 채권이 8000만원인 경우, 위탁은행에서 선순위 채권을 5000만원으로 착각해 보증을 발급한 경우는 위탁은행의 과실로 볼 수 있다. 은행에서 세입자가 전입한 날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법률적으로 임대차의 내용을 주장할 수 없는 상태에서 보증을 해주는 경우도 관리업무 불이행에 따른 다툼의 소지가 된다.
HUG 관계자는 “보증보험 위탁 업무 오류가 나면 임차인은 대위변제를 통해 우선 보호를 한 다음 은행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된다”면서 “최근 역전세 문제가 불거지면서 관련 이의제기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HUG 영업손실 확대 영향도…“피해는 소비자 몫”
HUG와 은행 간 전세보증 관련 분쟁 확대는 HUG의 대위변제액에 따른 영업 손실 확대에 따른 영향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역전세와 전세사기 영향으로 올 상반기 임차인이 제때 돌려받지 못한 전세 보증금 규모가 2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HUG의 전세보증금 대위변제액 규모도 급증세다. HUG의 보증금액은 수도권의 경우는 7억원 이하, 그 외 지역은 5억원 이하인데 대위변제액은 2021년 5040억원에서 지난해 9241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올해의 경우 1월 1649억원, 2월 1911억원, 3월 2260억원, 4월 2281억원, 5월 2419억원으로 1~5월 대위변제액만 1조원을 넘어섰다. HUG의 대위변제액은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돼 적자를 키우는 요인이 된다.
이처럼 HUG는 은행 내부에서 대출 보증에 대한 심사 오류가 발생할 경우 은행의 과실 100%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은행은 경중을 따져 동반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HUG가 시중은행에 보증업무 부실 건이 있다 싶으면 전액 손해배상 청구를 하고 있는데 이는 과한 측면이 있다”면서 “구체적인 손해배상 비율은 확정이 안된 상황이라 은행 내부에서도 논의를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HUG 관계자는 “보증을 통해서 대출을 실행할 때 리스크 관리를 하는 것은 당연하며 은행에선 이미 발급 수수료를 떼며 이득을 취하고 있다”면서 “잘못된 보증에 대해선 아무 대비책 없이 HUG가 대위변제를 할 수는 없으며, 이는 임차인 보호를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HUG와 은행 간 분쟁이 늘어날수록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증보험으로 법적 분쟁까지 번진다면 행원들이 관련 업무를 회피할 여지가 있다”고 우려했다.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가격이 떨어진 현 상황에서 앞으로 1~2년 정도는 공공기관과 은행 간 전세보증 분쟁이 지속할 수 있다”면서 “주택가격 산정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