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뜰아래 연습실. 국악기 연주 속에서 강렬한 전자기타 소리가 울려 퍼진다. 국립창극단 단원들의 우렁찬 노래소리가 연습실을 가득 채운다. 국립창극단 ‘베니스의 상인들’의 첫 장면. 3대에 걸쳐 쌓은 부(富)로 베니스의 무역을 장악한 재벌 샤일록이 처음 등장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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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음악 인상적…“밝은 내일의 희망 전할 것”
‘베니스의 상인들’은 셰익스피어 희극 ‘베니스의 상인’을 원작으로 하는 국립창극단 신작이다. 원작은 젊은 상인 안토니오와 유대인 출신 악덕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이 안토니오의 1파운드의 살을 놓고 벌어지는 재판, 그리고 안토니오의 친구 바사니오와 포샤의 로맨스를 그린다. 창극 제목은 원작의 ‘상인’을 복수형으로 바꿨다. 샤일록을 베니스의 무역을 주도하는 대자본가로, 안토니오를 베니스의 소규모 상인들이 모여 만든 상인조합의 리더로 설정해 지금 시대에도 공감할 이야기로 재구성했다.
연습을 통해 미리 본 ‘베니스의 상인들’은 희극 특유의 유쾌한 에너지, 여기에 국악과 록, 전자음악이 한데 어우러진 풍성한 사운드로 기존 창극과는 다른 색다른 창극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번 작품은 국립창극단 전 단원은 물론 객원 단원까지 총 48명이 출연하는 대작. 샤일록, 안토니오와 함께 극을 이끌어가는 바사니오, 포샤 역은 김수인, 민은경이 각각 맡았다. 최근 JTBC ‘팬텀싱어4’에 출연해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김수인은 이번 작품에서 사랑을 향한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한 바사니오 역으로 나와 국립창극단의 새로운 스타 등극을 예고한다. 민은경 또한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소리로 당차고 지혜로운 여성 캐릭터를 보여준다.
주연 못지않은 감초 조연들의 활약도 극에 크고 작은 웃음을 더한다. 안토니오의 넉살 좋은 측근 그라치아노 역의 이광복, 포샤의 비서이자 친구인 네리사 역의 조유아, 그리고 도끼를 들고 포샤에게 청혼하는 군나르손 역의 이광원 등이 천연덕스러운 연기로 관객의 이목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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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부터 11일가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서 공연
연극 ‘목란 언니’ ‘함익’ ‘빵야’ 등으로 잘 알려진 김은성 작가가 원작을 새롭게 풀어썼다. 창극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은성 작가는 “원작을 다시 꼼꼼히 읽어보니 학생 때 ‘베니스의 상인’을 처음 접했을 때와 느낌이 많이 달랐다”며 “희극적으로 마무리되는 음악극인 만큼 종교적, 인종적인 색깔을 덜어내고 샤일록을 보다 강화된 악당으로 만들게 됐다”고 각색 과정을 설명했다.
‘베니스의 상인들’은 상인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또 하나의 사건을 더해 원작과는 또 다른 이야기의 재미를 예고한다. 이성열 연출은 “빛나는 미래가 아장아장 걸어오네”라는 가사를 이번 작품을 가장 잘 설명하는 문구로 꼽았다. 이성열 연출은 “젊은이와 여성, 하나로 뭉친 시민이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고 극복하는 서사를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관객과 공유하며 보다 밝은 내일을 맞이할 희망찬 작품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베니스의 상인들’은 오는 8일부터 11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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