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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17% 하락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46% 내렸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0.63% 떨어졌다.
3대 지수가 장 초반부터 내린 것은 부채 한도 협상에 대한 긴장감 때문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양당 상·하원 대표를 초청해 부채 한도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백악관과 민주당은 부채 한도 상향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인 만큼 협상 불가 사안이라는 입장이고,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부채 한도 상향과 재정 지출 삭감을 연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둘 사이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이미 협상에 실패할 경우 다음달 1일에 초유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워싱턴DC 싱크탱크인 초당적정책센터(BPC)는 이날 연방정부가 보유한 현금이 바닥 나 부채를 갚지 못하게 되는 ‘X-날짜’를 다음달 초에서 오는 8월 초 사이로 예측했다. 옐런 장관의 우려와 일치하는 수준이다. 샤이 아카바스 BPC 경제정책국장은 “정부의 현금흐름 강도를 평가하는데 추후 몇 주가 매우 중요하다”며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정책 입안자들은 유권자와 국가를 재정 재앙 위기로 몰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월가 다수는 부채 협상은 어떻게든 이뤄질 것이라는 낙관론이 더 많다. 지금 당장은 우려가 커질 수 있지만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재료는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은 잊을 만하면 부채 한도 협상을 벌이지만 단 한 번도 합의에 실패했던 적이 없다. 이날 3대 지수의 낙폭이 그렇게 크지 않았던 이유다.
‘원조 채권왕’ 빌 그로스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디폴트 우려로 국채 단기물을 파는 것은) 우스쾅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것은 항상 해결돼 왔다”고 말했다.
시장은 오히려 오는 10일과 11일 각각 나오는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를 더 주시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끈적끈적한지 확인할 수 있는 보고서이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지난달 CPI 상승률 전망치는 각각 전월 대비 0.4%, 전년 동월 대비 5.0%다. 전월 당시 0.1% 상승보다 물가 상승세가 가팔라졌을 것이라는 의미다.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각각 0.4%, 5.5%로 나왔다. 만에 하나 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온다면 투심이 급격히 가라앉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와중에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뉴욕 이코노믹클럽 연설과 뒤이은 CNBC 인터뷰에서 매파 발언을 내놓았다.
‘연준 3인자’ 윌리엄스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이 끝났다고 말하지 않았다”며 “데이터가 (금리 인상을 중단할 정도로) 받쳐주지 않는다면 추가로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방준비제도(Fed)는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때 성명서를 통해 금리 인상 중단을 시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윌리엄스 총재를 이에 다소 거리를 둔 것이다. 특히 CPI 발표를 하루 앞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시장의 이목이 집중돼 있는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올해 금리를 내릴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아울러 “앞으로 2년은 지나야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인 2%로 돌아올 것으로 본다”며 “인플레이션이 내려오지 않는다면 연준은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선택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회사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시장분석가는 “월가는 부채 한도 협상 결과와 인플레이션 보고서 전까지는 (투자에)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기설’에 휩싸인 미국 중소 지역은행인 팩웨스트 뱅코프의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2% 이상 올랐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를 본사로 한 팩웨스트는 그동안 퍼스트 리퍼블릭에 이은 위기 은행으로 지목돼 왔다. 반면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코프 주가는 1% 넘게 떨어졌다. 은행권 위기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갈수록 증폭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