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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업계는 ‘멘붕’(멘탈붕괴)에 빠졌다. 전력시장·요금과 규제 거버넌스의 독립·전문성을 강화하고, 경쟁과 시장 원칙에 기반한 전력시장을 구축하겠다던 윤석열 정부가 전 정부보다 더 노골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현재의 상황을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여당의 포퓰리즘은 극에 달하고 있다. 임직원 개인의 일부 비리, 한국에너지공대(한전공대)의 처우 개선 등을 이유로 한국전력(015760)공사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작년 32조60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던 한전의 재무구조 악화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얘기들이다.
정치권이 여론 눈치를 보는 사이 국내 전력산업은 뒤틀리고 있다. 한전은 자구안을 추진하느라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전기를 보낼 전력망 구축 비용을 마련 못해 민자사업화를 추진 중이다. 민간 발전사업자들은 4월 전력도매가격(SMP) 시행으로 다시 수익을 제한받고 있다.
지난 겨울 가스요금 인상으로 인한 ‘난방비 폭탄’ 홍역을 치른 여당 입장에서 쉬운 결정이 아니란 건 이해한다. 전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과 전기요금 인상 유보로 억울한 면이 있다는 것도 동의한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남 탓만 할 건가. 이젠 책임 있는 의사결정이 필요한 때다. 자칫 윤 정부의 시장주의 원칙을 기대했던 지지층마저 이탈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