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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업계가 4년 만의 시장 재개에도 여전히 도산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항공 노선이 완전히 복구되지 않은 데다 고유가, 고환율, 고물가 여파로 여행 심리가 회복되지 않고 있어서다. 업계 안팎에선 “아직 코로나 보릿고개는 끝나지 않았다”는 하소연이 쏟아진다. 특히 직원 10명 이상 100명 미만 중소 여행사가 당장 오늘 문을 닫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백척간두의 위기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한국여행업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중소 여행업계의 기초 체력이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라며 “임시 휴업, 긴급자금 대출, 구조조정 등 회생 노력을 해 볼 여력조차 없는 ‘완전 방전’인 곳도 여럿”이라고 강조했다.
중견 여행사 투어2000의 영업 중단 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업계에선 이번 사태를 두고 중소 여행사의 도미노 도산이 이미 시작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직원 수 40명의 중견 여행사 투어 2000은 지난달 1일부터 여행상품 판매 등 영업을 중단했다. 하루 전까지 SNS(사회적 관계망 서비스) 등을 통해 동남아 패키지 여행상품을 홍보하던 투어2000원 이날부로 이미 출발이 확정된 사전 예약을 일괄 취소했다. 이 여행사는 영업 중단 하루 전 공지를 통해 “경영 악화로 더 이상 여행상품 판매와 운영이 불가능해져 영업을 중단한다”며 “이미 결제를 마무리한 여행계약에 대해서도 모든 서비스를 일괄 취소한다”고 일방 통보했다. 업계에선 투어2000이 수입은 없고 지출만 있는 상황이 몇 달째 이어지면서 운영자금이 바닥나자 영업 중단을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중소 여행사 관계자는 “운영자금도 부족해 광고는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라며 “항공권, 패키지 등 여행상품 판매가 수십 배 넘게 늘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혼자 딴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은 비참한 생각마저 든다”며 답답해했다.
최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단품 중개에 머물던 OTA(온라인 트래블 에이전시)는 항공, 숙박, 레저·액티비티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시장 지배력이 코로나 이전보다 더 강해졌다”며 “OTA와 대형 여행사에 비해 자금력과 인지도가 낮은 중소 여행업계의 경영난은 지금보다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