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이 유동성 문제에 직면한 흥국생명에 4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일반 주주를 비롯해 경제 단체의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흥국생명의 유상증자 참여가 상법·공정거래법에 위배되고, 소송 등 법적 조치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태광산업 이사회를 앞둔 가운데 유상증자 참여가 이뤄질 경우, 법적인 문제를 넘어 한국 증시 저평가의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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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산업 이사회 코앞…트러스톤 “법적 책임 묻겠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14일로 예정된 태광산업 이사회에서 흥국생명이 추진하는 4000억원의 유상증자 참여와 관련된 안건이 논의될 예정이다. 흥국생명은 최근 콜옵션 거부로 촉발된 유동성 위기 해결 차원에서 발행한 환매조건부채권(RP) 상환을 위해 태광산업을 대상으로 4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해왔다. 태광산업은 지난 9일 공시를 통해 흥국생명 4000억원 증자 참여 추진 관련 보도에 대해 “검토 중이나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태광산업 지분 5.8%를 보유한 트러스톤운용은 지난 9일 “태광산업 일반주주 이익을 명백히 침해하는 행위”라며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이후 법적 조치 검토에 나섰다. 태광산업 이사회가 유상증자 참여 승인에 대비해 이사회결의효력정지가처분, 이사회결의무효확인 등을 검토한다는 내용 증명을 발송한 것이다.
트러스톤운용은 이번 유상증자가 상법 제542조의9 제1항에 따라 금지되는 신용공여행위라고 짚었다. 상법상으로는 상장회사가 지분 10% 이상을 소유한 주요주주 및 특수관계인에게 자금 지원적 성격의 증권 매입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흥국생명은 태광산업의 최대주주인 이호진 회장의 특수관계인에 해당한다. 상법에 따라 이번 유상증자에 찬성한 이사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고, 태광산업에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으며 이 경우 주주대표소송을 통해 이사에게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또 공정거래법상 계열회사 부당지원 행위에도 해당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공정거래법상 계열회사의 지분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는 회사가 제3자 배정 방식을 통해 해당 계열회사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제3자가 인수하지 않을 정도의 고가로 주식을 인수하는 경우 ‘계열회사 부당지원행위’에 해당한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과 경제개혁연대 등도 “태광산업이 흥국생명의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투자해 얻는 이익은 불분명하다”며 날 선 비판에 나섰다.
트러스톤운용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의 거래조건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긴급한 자금조달이 필요한 흥국생명 내부 상황과 높은 시장금리를 고려하면, 이번 신주발행이 시장가격보다 상당히 낮은 금액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외부 제3자의 인수가능성은 낮다”며 “태광산업 이사회는 이번 유상증자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외부의 제3자가 같은 조건으로 투자를 할지를 따져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상증자 남용에 지배구조 역행…이호진이 책임 져야”
업계에선 제3자배정 유상증자의 대표적 남용 사례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 교수는 “그간 제3자배정 유상증자 남용 사례가 많았지만, 그냥 넘어간 배경은 주식을 인수한 주체가 문제가 되는 회사의 대주주였기 때문”이라며 “태광산업 사례는 대주주도 아닌데 이호진 전 회장 일가의 회사는 아무런 손실을 보지 않겠다는 것으로, 특별한 남용 사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흥국생명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지분 56.3%를 갖고 있고, 나머지 지분도 이 전 회장 일가와 대한화섬 등 관계사가 모두 보유하고 있다. 태광산업은 이 전 회장이 29.4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일가와 특수관계자 지분을 합치면 지분율은 54.53%다. 흥국생명 주식은 1주도 갖고 있지 않다.
이 전 회장이 대주주로서의 책임을 다하면서 흥국생명에 실질적인 영향력은 행사하지 않는 쪽으로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경제개혁연대는 이 전 회장에게 ‘의결권 없는 상환주식’ 발행 방법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이번 건은 법률적인 논쟁의 범위를 벗어나서 경영의 문제다. 모든 걸 법대로 하자고 하는데 좋은 경영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라며 “상법상 이사는 회사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데 주주뿐 아니라 태광산업 법인에도 손해인 것”이라고 말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개선에 대한 필요성과 그 인식이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지배주주에 대해 별도의 견제 없이 일방적으로 중요한 기업 경영 의사결정을 좌지우지되는 사례들이 엿보인다”며 “행동주의 펀드가 단기 차익 목적이 아니라 실질적인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투명하고 명확하게 의도를 내세우고 나서는 경우라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함께 의미있는 변화를 이루고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한편, 태광산업의 주가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4000원(0.55%) 오른 1만 73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 속 태광산업 주가 하락이 제한적이란 반론이 있을 수 있는데, 거래가 없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