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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운전자보험계약 특약에 따라 보험금을 청구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원고는 지난 2016년 1월 피고 현대해상(001450)과 운전자보험계약을 체결했다. 피보험자는 모친, 사망수익자는 원고로 정했다. 가입금액 1억원의 교통상해사망 특약에도 가입했다.
해당 특약 약관 1조 ‘보험금의 지급사유’는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에 교통사고로 발생한 상해의 직접결과로써 사망한 경우 특약 보험가입금액을 보험수익자에게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주계약 약관 6조)에는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가 포함돼 있다. 다만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명시했다.
보험 가입 1년 8개월 뒤인 2017년 9월 원고의 모친은 운전 중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뇌진탕, 경부척수 손상, 추간판탈출증 등 상해를 입었다. 이후 상세불명의 우울병 에피소드, 상세불명의 불안장애의 소견으로 치료받고 자살까지 시도했다. 이후 2018년 5월 남편 간병 도중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원고는 모친이 교통사고로 인해 생긴 우울증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됐다며 현대해상이 원고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피고 현대해상 측은 망인에게 생긴 우울증은 당시 교통사고로 입은 상해로 인한 것으로 보기 어려워 상해의 직접 결과로써 사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맞섰다.
1심 재판부는 피고 현대해상이 원고에게 특약 가입금액 1억원 등을 지급하라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원고는 상고했다.
대법원은 원고의 보험금 청구를 기각한 2심판결을 파기했다. 망인의 주치의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주요 우울장애의 정신병리에 따른 자살가능성에 관해 합리적인 의학적 견해를 밝혔는데 원심이 이를 배척하면서 든 근거들은 의학적·전문적 자료에 기초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또한 망인이 이 사건 교통사고 이전에도 정신질환을 겪었다거나 자살을 시도했다는 점에 관한 아무런 증거가 없는 점을 보면 망인이 교통사고로 발생한 상해의 직접 결과로 사망했다고 판단하기에 충분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교통사고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어렵다는 전제에서 원고의 보험금 청구를 모두 배척했는데,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해석 및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