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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위원장의 임기와 함께 규정하고 있는 것은 바로 “해당 위원회는 그 권한에 속하는 사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한다”는 것이다. 즉, 임기 보장과 기관의 독립성은 닭과 달걀의 관계다.
물론 “비공개 논의도 많이 하는데 굳이 올 필요없는 사람까지 다 배석시켜서 국무회의를 할 필요가 있냐”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도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니다.
야권에서조차 “국정 철학이 맞는 사람과 손발을 맞추고 싶지, 그러려고 정권 잡는 것 아닌가”라는 말이 사석에서는 허심탄회하게 오고 가는 세상이다. 대놓고 말은 못해도 이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역시 2018년 8월 지철호 공정위 부위원장이 자진사퇴를 거부하자 ‘직무배제’ 했다. 윤 대통령도 검찰총장 당시 직무배제 경험이 있다. 윤 대통령은 당시 자진사퇴 압박에 “대통령이 임기를 지키라고 했다”며 거부했다
기관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임기제가 정치적 공방 대상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결국 이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위원장 임기를 2.5년 등으로 대통령제 임기와 맞추는 등 시스템적 개선이 필요하다.
전 위원장을 위한 변명도 남기고 싶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으로서 그의 정치색이 파란색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다만 권익위원장으로서 재직한 2년간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등의 성과를 냈다. 공직자로서 이해충돌 가능성을 사전 신고하고 회피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는 이 법은 국회의원에게도 적용돼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를 LH사태를 계기로 여야 의원을 설득하고 제정에 성공한 것은 전 위원장의 정치적 역량이 컸다. 한 권익위 관계자는 “그야말로 전현희법”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자신도 이 법에 따라 국회의원 부동산전수조사 때 직무회피를 하는 등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장기적으로 법 시스템을 ‘현실화’하되 제도 개선까지는 취지를 존중해 ‘불편한 동거’를 ‘우아한 공생’으로 바꿔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