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공간·또래작가·로맨스…전시, 젊어졌네

이윤정 기자I 2022.06.14 05:30:00

2030 여류작가전 ''이, 싶팔 이후''
람한 작가, VR작품 등으로 개인전
''어쨌든, 사랑'' 순정만화로 추억 소환
알머슨 특별전, 삶 주제로 힐링 선사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1. 최근 디뮤지엄은 순정만화 열람 공간인 ‘로맨틱 북스’를 오픈했다. 개관 특별전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의 이해를 돕기 위해 특별히 마련한 공간이다. 천계영·이은혜·이빈·이미라·원수연·박은아·신일숙 작가 등 순정만화 7개 작품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현장에 배치된 QR 코드를 통해 각 작품의 첫 화를 무료로 볼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며 MZ세대의 추억을 소환하고 있다.

2. 람한 작가는 개인전 ‘스포닝 시너리(Spawning Scenery)’에서 VR(가상현실) 작품 ‘언인바이티드 다마고치(Uninvited-Tamagotchi)’(2022)를 선보였다. 전시장에 비치된 VR 헤드셋을 장착하면 작가가 만들어낸 방에 앉아 그가 창조한 애니메이션 그림의 실체를 더듬어볼 수 있다. 회화뿐 아니라 3D 프린팅을 활용한 조각품, VR을 통해 관람객을 디지털 아트의 세계로 초대한다.

람한 작가의 ‘sky’(사진=휘슬).
미술전시가 M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와 소통하며 젊어지고 있다. 여러 분야에서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2040세대가 미술작품에도 관심을 보이면서 최근 이들의 취향을 공략한 전시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행복, 사랑, 힐링’ 등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전시주제를 내세운 것은 물론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많은 신진 작가나 또래 작가 등을 내세워 MZ관람객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MZ세대는 자신의 신념을 표출하는 것에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고,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특징이 있다. 이들은 유명한 작가의 전시회를 찾아가기보다 대체불가능한 토큰(NFT)이나 VR 등 새로운 기법으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신진 작가들의 예술품을 선호하고 구매하기도 한다.

미술계 한 관계자는 “기발한 기법으로 작품 세계를 그려내는 작가들이 젊은층의 호응을 얻고 있다”며 “과거에는 신진 작가들의 전시를 열기 부담스러워했다면 최근에는 되레 젊은 관람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새로운 작가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전이서 작가의 ‘라스트 카니발’(사진=피카프로젝트).
◇또래 작가 통해 공감대 형성

피카프로젝트가 선보인 여류작가 단체전 ‘이, 싶팔 이후’(7월 30일까지 피카아트스페이스)는 공감대 형성을 위해 MZ세대로 지칭되는 작가 전이서(28), 한소빈(28), 황정빈(31) 등 3명의 작품을 내걸었다. 전시가 가리키는 ‘이싶팔’은 거침없는 현시대 청년들을 두루 포괄하는 개념으로, 청년을 대표할 수 있는 ‘28세’라는 숫자를 재해석해 동시대의 젊은 작가를 조명한다.

전이서는 유년 시절에 겪은 동생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을 계단, 벽돌 등 특정 매체와 구조물로 시각화한다. 배우 출신의 한소빈은 강렬하고 누르기 어려운 감정, 격정으로 치닫는 순간을 인물화로 그려냈다. 황정빈은 햄스터와 비슷한 ‘친칠라’를 소재로 한 다양한 회화작품을 통해 힐링을 전한다.

람한(33) 작가는 개인전 ‘스포닝 시너리’(7월 2일까지 휘슬 갤러리)를 통해 조각, VR, 소형 드로잉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한 2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명은 가상의 공간에서 무작위로 출현하는 이미지와 풍경을 의미한다. 여행, 게임에서의 경험을 통해 얻은 부산물들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귀엽고 아름다운 동식물, 인물이 작품에 등장하는 것이 인기 요인이다. SNS 팔로워 8만명을 보유한 람한 작가는 “내 그림의 이미지들이 난해해 보이기도 하지만 지금 세대 친구들에게는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에서 봤던 익숙한 것일 수 있어서 공감을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에바 알머슨의 ‘꽃이 필 때’(사진=디커뮤니케이션).
◇보편적 주제로 문턱 낮춰

지난해 성수동 서울숲 인근에 새롭게 자리 잡은 디뮤지엄은 오는 10월 30일까지 개관 특별전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를 진행 중이다. ‘사랑’이라는 주제로 전시장의 문턱을 낮추며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로맨스의 다양한 순간과 감정들을 23명 아티스트들의 다채로운 작품들로 조명한다. 스토리, 사진, 만화, 영상, 일러스트레이션, 설치, 사운드 등 300여 점의 작품들을 7개의 공간에서 펼쳐내며 서로 다른 설렘을 선사한다.

‘행복을 그리는 작가’로 전 세대에게 사랑받는 스페인 화가 에바 알머슨의 특별전은 오는 12월 4일까지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관객을 만난다. 평소에 볼 수 없었던 알머슨의 다양한 예술기법을 활용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로, 유화·대형조형물·조각·애니메이션 등 총 150여점을 전시해놓았다.

알머슨은 2018년 첫 국내 전시 ‘행복을 그리는 화가, 에바 알머슨’에서 40만 명이 넘는 관객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입증한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시회의 타이틀을 탄생시킨 작품 ‘안단도’(2022)를 비롯해 ‘사랑’(2021), ‘자가격리자들의 초상화’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디커뮤니케이션 관계자는 “이번 전시의 테마인 ‘안단도’는 ‘계속 걷다’라는 뜻의 스페인어로 일상을 그리는 예술가인 알머슨의 삶을 회고한다”며 “가족과 삶, 자연 등 보편적인 주제를 다룬 만큼 누구나 쉽고 편안하게 전시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뮤지엄 ‘어쨌든, 사랑’전의 ‘로맨틱 북스’ 코너(사진=디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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