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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학생들의 높은 학업성취 비결은 단순한 개념 전달이 아닌 스스로 개념을 이해하고 정답을 도출하는 ‘과정 중심 교육’에서 찾을 수 있다. 학교 시험도 정답을 도출하는 과정을 중시한다. 심지어 수학 과목에서도 초등학교 이후부턴 선다형 문제를 출제하지 않으며, 주관식 단답형 또는 서술형 문항으로만 시험을 본다.
과정 중심의 중등교육과정을 거친 학생들은 대입 시험에서도 논·서술형 평가를 치른다. 싱가포르는 1975년 영국에서 에이레벨(A-Level)를 도입, 자국의 대입시험으로 활용하고 있다. 에이레벨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국제시험기관(CIE)이 운영하는 대학 진학시험으로 프랑스의 바칼로레아(Baccalaureate), 독일의 아비투어(Abitur)와 더불어 논·서술형 대입시험의 대표 주자다.
평가원 관계자는 “싱가포르는 중·고등학교의 교육과정 자체가 에이레빌 시험에 대비하는 목적 하에 편성돼 있다”며 “이 때문에 에이레벨은 대입시험뿐 아니라 고교 졸업자격시험으로서의 성격도 가진다”라고 설명했다.
매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수위를 차지하는 싱가포르의 비결은 일찍이 ‘공부할 학생’을 선별하는 교육과정에서도 찾을 수 있다. 싱가포르 학생들은 초·중학교 졸업 후 폴리테크닉(Polytechnic)으로 불리는 실업계 전문학교에 진학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취업할 학생과 공부할 학생이 갈리는데, 대학진학률이 30%대에 그칠 만큼 조기 취업을 선택하는 학생 수가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물론 실업계로 진학한 학생들에게도 대학 진학 기회가 열려있으며, 10명 중 3명 가량은 다시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김혜진 싱가포르국립대 정치국제학 교수는 “싱가포르에서는 조기에 실업계 학교에 입학하는 게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학생은 초등학교 졸업 이후 실업계 전문학교에 진학할 수 있다”며 “싱가포르의 대학 진학률은 2017년 기준 약 30%인데 이는 한국의 대학진학률이 70%인 것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