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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올 게 왔나…전례없는 공격 긴축에 3대지수 '흔들'

김정남 기자I 2022.04.07 05:53:26

연준 의사록, 5월 QT 기정사실화
월 950억달러까지 축소…시장 충격
"채권시장 따라잡는 증시…투심 악화"
"푸틴에 책임 물어야" 우크라 위험↑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가 일제히 급락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월 950억달러(약 116조원)에 달하는 전례 없는 양적긴축(QT)을 시사하면서 투자 심리가 가라앉았다. 연준의 긴축 얼개가 당초 예상보다 가파르다는 점에서, 시장은 당분간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사진=AFP 제공)


◇월 950억달러 QT 합의한 연준

6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42% 하락한 3만4496.51에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97% 내린 4481.15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22% 떨어진 1만3888.82에 장을 마쳤다. 이외에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1.40% 하락했다.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VIX)는 4.90% 상승한 22.06을 기록했다.

뉴욕 증시는 장 초반부터 약세였다. 연준의 공격 긴축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계속 불거졌기 때문이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오전 델라웨어주 상공회의소에서 한 연설을 통해 “기대인플레이션이 치솟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며 “체계적인 일련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커 총재는 연준 내 대표 매파 인사로 꼽힌다.

CNBC는 “(공격 긴축을 공언한) 라엘 브레이너드 이사의 견해와 매우 유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둘기파로 여겨졌던 브레이너드 이사는 전날 “이르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대차대조표를 빠르게 축소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이날 오후 2시 연준이 3월 FOMC 정례회의에 대한 의사록을 공개한 이후 시장은 더 흔들렸다. FOMC 참석자들은 추후 대차대조표 축소, 즉 QT 규모를 월 950억달러로 하는데 대체로 동의했다고 의사록은 전했다. 추후 3개월에 걸쳐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을 재투자하는 대신 소멸시키는 식으로 대차대조표상 자산을 줄이는 롤 오프(roll off)를 통해 월 국채 6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 350억달러까지 각각 줄이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는 직전 QT 시기인 2017~2019년보다 급격한 속도다. 당시 연준의 월 최대 감소 규모는 500억달러였다.

참석자들은 또 “5월 FOMC가 끝난 이후 최대한 빠른 시점이 대차대조표를 줄이는데 좋은 위치에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5월 FOMC 정례회의는 3~4일 열린다. 5월 QT는 거의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참석자들은 QT 외에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많은 참석자들은 3월 회의 때 50bp(1bp=0.01%포인트) 인상에 기울어 있었다고 의사록은 전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이를 시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연준은 3월 당시 25bp 올렸다. 5월에는 50bp 인상이 확실시되고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5월 기준금리를 50bp 올릴 가능성은 78.8%를 기록했다.

◇“QT 물량 풀리면 장기금리 급등”

시장이 두려워 하는 건 최근 연일 확인되는 긴축 스케줄 얼개가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40년여 만에 최고치로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잡고자 연준이 날 선 칼을 뺄 경우 경기는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공포가 짙어지고 있다. 이는 투심에 악재다.

모건스탠리 자산운용의 제임스 캐런 글로벌 채권전략가는 “증시는 월 950억달러의 대차대조표 축소가 현실화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5월과 6월 FOMC에서 각각 50bp 인상이 이어진다면 (가파른 긴축은) 더 현실화할 것”이라며 “확실히 주식에 대한 순풍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국채금리는 폭등했다. 뉴욕채권시장에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오후 들어 2.57%대에서 움직였다가, 의사록이 나온 이후 폭등했다. 2.63%대까지 순식간에 치솟았다.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10년물 금리는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 등에 직접 영향을 준다. 월가 한 인사는 “연준의 가파른 QT로 채권시장에 물량이 대거 풀릴 수 있고 (채권가격이 하락하면서) 이럴 경우 장기국채 금리는 급등할 수 있다”며 “예상했던 것보다 금리가 더 오를 경우 실물경제 곳곳이 침체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디펜던트 인베스터 얼라이언스의 크리스 자카렐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어제와 오늘 (연준의 긴축을 반영해) 증시가 채권시장을 따라잡는 걸 보기 시작했다”며 “투자자들이 전통적인 위험 회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가 뛰자 덩치 큰 주요 빅테크주는 일제히 떨어졌다. ‘대장주’ 애플 주가는 1.85% 내린 주당 171.83달러에 마감했다.마이크로소프트(-3.66%), 아마존(-3.23%), 알파벳(구글 모회사·-2.76%), 테슬라(-4.17%), 메타(페이스북 모회사·-3.68%) 등은 하락했다. 반도체 대장주인 엔비디아 주가는 5.88% 떨어졌다.

유럽 주요국 증시 역시 약세를 보였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34% 하락한 7587.70에 거래를 마쳤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30 지수는 1.89%,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는 2.21% 각각 하락했다. 범유럽 지수인 유로 Stoxx 50 지수는 2.38% 떨어졌다. 유럽은 러시아발(發) 에너지 대란의 중심에 선 곳이다. 그 어느 곳보다 인플레이션, 더 나아가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이 높다. 상대적으로 통화 긴축에 인색했던 유럽중앙은행(ECB)마저 돈줄 조이기를 시사하는 단계다.

◇비축유 쏟아도…효과 ‘미지수’

우크라이나 불확실성은 계속 이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힐튼호텔에서 열린 북미건설노동조합 행사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부차 지역에서) 민간인들이 무참하게 처형됐고 시신들은 거대한 무덤 속에 버려졌다”며 “이런 중대 전쟁 범죄보다 더 한 일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해 “책임 있는 국가들이 함께 모여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제재는 날로 격해지고 있다. 미국 고위당국자는 브리핑을 통해 “러시아 최대 은행을 전면 차단할 것”이라며 추가 제재 방안을 발표했다.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 스베르방크와 최대 민간은행 알파뱅크를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완전히 떼어놓겠다는 것이다.

그나마 국제유가는 비축유 방출 소식에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5.6% 하락한 배럴당 96.23달러에 마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이 비축유 1억2000만배럴을 추가 방출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IEA에 속한 미국이 절반인 6000만배럴을, 나머지 회원국들이 6000만배럴을 각각 부담하는 식이다. 다만 실질적인 원유 공급의 키를 쥔 사우디아라비아가 움직이지 않을 경우 비축유 방출은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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