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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앞으로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미래 핵심기술 선점 여부에 따라 국가의 명운이 갈릴 것입니다.”
이필상 고려대 전 총장(서울대 특임교수)은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기술 선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미·중 갈등의 틈바구니에서 생존하려면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미래 기술에서 한 발이라도 앞서가야 한다는 얘기다.
이 전 총장은 “20세기 이념전쟁 종식 후 지금은 어느 나라가 미래기술을 선점해 경제적 패권을 차지하느냐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특히 미·중이 패권 다툼을 벌이면서 우리나라를 압박하고 있는데 한 발이라도 기술경쟁에서 앞서야 이런 틈바구니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메타버스 등 미래 기술에서 앞서간다면 미·중 어느 나라도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했지 압박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앞으로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기술 선점이 경제적 핵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장은 고려대 총장을 지낸 뒤 2013년부터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로 매 학기 2개 강좌를 맡고 있다. 지난 학기에는 ‘화폐금융론’, ‘주식·채권·파생상품이론’ 강좌를 맡아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는 “이론중심의 경제학보다는 현실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현장중심 강의를 지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 면에서 이 전 총장이 볼 때 우리나라 경제는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에 대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지만, 한편으론 인플레이션 우려 탓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어서다.
이 전 총장은 “지난 12월 국내 생산자물가는 9.6% 인상돼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한국은행이 작년 8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며 “코로나가 진정되는 게 아니라 확산되고 있어 오히려 돈 풀기를 해야 할 때지만 물가가 너무 올라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이 전 총장은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불구, 자영업자·소상공인·실업자 등 취약계층을 위한 재정지원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1000조원이 넘는 정부 부채를 감안해야 한다고설명했다. 그는 “문제는 취약계층에 대한 재정지원에 정치논리가 개입하고 있는 점”이라며 “여·야가 국가재정은 생각하지 않고 서로 돈 풀기 경쟁을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취약계층의 피해 상황을 정확히 분석한 뒤 꼭 필요한 곳에만 지원하는 재정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경제기초를 다지는 산업정책과 규제 완화도 강조했다. 이 전 총장은 “기저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코로나에 감염되면 중증환자가 되 듯 경제도 기저질환이 생기지 않도록 내실을 다져야 한다”며 “앞으로의 산업정책은 규제일변도에서 탈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기업 설립 인·허가부터 제품 생산·판매에 이르기까지 규제를 받는데 이를 꼭 필요한 것만 규제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라는 제언이다.
노동시장 유연화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전 총장은 “근로자에 대한 부당한 권익침해는 막아야 하지만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가 필요하다”며 “지금은 임금 조정이나 해고·고용이 어려운데 노조도 선진국처럼 노동시장 유연화에 협력해야 기업과 공생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