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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없는 기후위기가 찾아왔다. 지구온도가 산업화 이전 보다 빠르게 올라가며 기후 대응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곳곳에서 기록적인 홍수와 산불이 강타했고, 이상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문제는 기후변화가 전지구적 현상인데다가 과학자들의 예상을 벗어나며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연합(UN) 산하 기후과학자들이 모인 IPCC(기후정부협의체)는 이달 공개한 6차 실무 보고서에서 산업화 이전(1850년~1900년) 보다 지구 온도가 1.5도 상승하는 시점을 2040년으로 전망했다. 2018년에 발간한 5차 보고서에서 예측한 2050년과 비교해 10년 빨라졌다.
지난 2015년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 기후변화 마지노선을 1.5도로 정했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 있다. 이대로면 지구 표면 해수면이 높아지고, 생물 생태계가 무너져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
국내 바다에서도 변화가 나타날 정도로 우리 눈 앞에 닥친 현실이 됐다. 한국해양연구원은 올해 7월 동해의 평균 해면수온은 지난 40년 관측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인 22.2도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울릉도 주변에서는 적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과학자들은 국내에서도 탄소중립과 같은 중장기 대책을 떠나 생활속 탄소 배출 줄이기부터 기후 예측·진단 기술 개발과 감시 등 단기적인 해법도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예상보다 10년 빨라져..자연현상과 인간활동 맞물려
IPCC 실무보고서는 최근 10년 동안 지구 평균온도는 1.09도 올랐다고 분석했다. 평균을 낸 수치이기 때문에 2016년처럼 1.24도를 넘는 등 기준치를 넘는 해도 있었다. 보고서는 가장 낮게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해도 2040년 이전에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에 도달한다고 예상했다. 오는 2030년까지 특정 해의 온도 상승이 1.5도를 넘어설 가능성도 40~60%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변화는 과거 수십만년 동안을 비교해도 없었던 일이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 200만년 역사상 가장 높고, 해수면은 최근 3000년 동안 가장 빨리 상승했다. 북극 해빙 면적은 지난 1000년 동안 가장 적었고, 빙하면적은 2000년 중 가장 많이 줄어들었다.
이러한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지역 평균 기온, 강수량, 토양 수분 변화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는 자연적인 변화와 함께 인간의 활동이 맞물리면서 발생한다. 자연적인 변화로 온난화가 가중되거나 완화될 수 있다. 이보다 높은 게 인간활동이다. 자연이 만드는 변화를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한편 인간 활동에 대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IPCC 보고서 작성을 총괄한 이준이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교수는 “기후변화는 전 세계 모든 거주 지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인간의 영향에 따라 극한 기상, 극한 기후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며 “온도 변화는 자연적인 변동성과 인간 활동이 합쳐져 발생하기 때문에 관련 현상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면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극한 기후로 사회 인프라 붕괴할 수도
IPCC 차원에서도 내년 3월께 지구온난화에 따른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별개로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탄소중립, ESG(환경·사회·거버넌스) 등 정책적 대응도 이뤄지지만 중장기 대책이라는 점에서 단기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지구 온난화를 제한하려면 이산화탄소, 메탄, 다른 온실가스 배출을 강력하고 빠르게 줄여야 한다. 당장 할 수 있는 조치들로는 생활속 탄소 배출 줄이기,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에너지 감축, 친환경 제품 확대, 청정에너지 자원 이용 확대 등이 있다. 이와 함께 기후 예측·진단 기술에 대한 투자를 통해 앞으로 현실로 닥칠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 가령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고생대에 정체 모를 바이러스가 퍼질 수도 있고, 홍수 등 극한 기후에 따라 하수도 배관(관거) 체계가 붕괴해 내부에 있는 오염된 병균들이 확산할 수도 있다.
김준하 광주과학기술원 지구환경공학부 교수는 “탄소중립은 정책 방향이고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중장기적 대책이기 때문에 당장 닥칠 수 있는 문제를 과학기술로 대비해야 한다”며 “기후변화는 이미 전지구적인 현상이며, 앞으로 극한 기후에 따라 인간이 만든 시스템을 붕괴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의 기후 예측은 100년 역사를 기반으로 향후 100년을 예측했다”면서 “하지만 기후변화 주기가 빨라졌기 때문에 인간이 만든 시스템들 진단·예측하는 주기도 앞당겨야 하고, 다양한 학문 분야 연구자들이 모여 전지구적 해법을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