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류성 기자] 불과 몇 십년 전만 해도 흔했던 동네 다방이 지금의 현대화된 카페의 모습으로 변화하면서 산업규모는 몇 백배 커졌다. 하지만 아직도 커피가루에 프림과 설탕을 각자 취향대로 배합해서 커피를 즐기시는 분들이 계신다.
예전에 다방 테이블에는 프림과 설탕이 담겨진 통이 스푼과 함께 놓여져 있었다. 따뜻하게 덥혀진 커피를 담아 오면 개인 취향대로 프림과 설탕을 타서 먹는 방식이었는데 2:2:2 또는 2:3:2의 비율 등 여러 조제방식이 추천되었다. 커피 맛이라기 보다는 프림과 설탕의 절묘한 조합이 만들어내는 맛이 아니었나 싶다.
커피가 커피만으로 맛의 차이를 느끼게 된 건 커피를 직접 볶고 추출하는 기법이 일반화되면서부터다. 여러 가지 원두 특징이 맛으로 느껴지는데 같은 원두라도 볶는 방식이나 추출하는 방식에 따라 맛이 또 달라진다.
소비자의 입맛이 섬세해지고 발달될 수록 점점 더 전문화되고 품질에 대한 가격 프리미엄도 더욱 커진다. 심지어 같은 농장에서 생산되는 원두라도 마이크로랏이라는 일정 면적의 커피가 스페셜 커피로 구분되어 거래된다. 전문적이고 세분화된 여러사람의 손길이 만들어내는 다양성과 각 분야의 장인들이 만들어내는 합작품이다.
기름에서도 비슷한 예가 있다. 바로 올리브유다. 와이너리 농장이 표시되는 라벨처럼 올리브유도 지역 원산지가 표기되는 올리브유들이 있다. 초기 생산이 농장별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농장에 기반을 두고 소규모 생산을 하다가 글로벌 기업이 된 곳이 우리가 잘아는 ‘모니니’다.
아직도 이탈리아에는 6180개소의 올리브유 착유 ‘밀(mill)’이 농장을 기반으로 생산한다. 여기서 생산되는 올리브유가 매년 경쟁하고 세계시장으로 팔려나간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기반이 만들어질 수 있는 기회가 처음부터 없었던 건 아니었다.
참기름, 들기름을 기계로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올리브유 착유기계들이 들어 왔던 때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분들은 “유럽 기계라고 처음 들여 와서 처음엔 판매가 많이 됐는데 더 이상 안 팔렸다”면서 “팔려서 나가면 고장이 나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했고 기계를 판 업체는 불려 다니기 바빴다. 그러다보니 더 이상 기계를 권하지 않았고 시장에서 외면을 받게됐다”고 회고한다.
[도움말 주신분 : 박정용 쿠엔즈버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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