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제도 도입을 찬성하는 측의 논거는 다음과 같다. 로봇과 인공지능(AI)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이른바 4차 산업시대에 제대로 적응하기 위해서다. 기술발전으로 새롭게 창출되는 일자리도 물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견된다. 이런 상황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인간다움을 유지하기 위한 대안으로 기본소득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일자리 소멸이 초래할 소득과 소비, 생산의 위축을 방지하고 경제의 선순환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기존 복지제도의 보완과 개선의 관점이다. 향후의 경제사회는 일자리 감소와 정보격차 등으로 양극화의 틈이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기존 복지제도로는 이런 틈을 메우기 어렵다. 따라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본소득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복잡다단하게 얽혀있는 기존 복지제도를 기본소득제도로 통합하면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일부 국가에서는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기본소득 정책을 시행해 왔다. 미국 알래스카 주는 1982년부터 석유에서 나오는 수익을 주민들에게 배당금 형식으로 지급하는 기본소득제도를 시행 중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핀란드는 2017년부터 실업수당을 받는 이들 중 무작위로 선발한 2000명에게 월 560유로(약 70만원)의 기본소득을 2년 동안 지급하였다. 다만, 2년 뒤에도 결과가 취업률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았기에 핀란드는 정식 도입을 장고하고 있다. 물론 기본소득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이 커져 향후 제도 시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없지 않다.
그러나 기본소득 지급에 대한 반대 논리 또한 만만치 않다. 우선 무엇보다도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는 점이 가장 큰 장벽으로 꼽힌다. 스위스가 2016년 실시한 기본소득 제도 도입 국민투표가 부결된 가장 큰 요인도 재원에 대한 우려였다. 또 기본소득이 노동의지를 감퇴시켜 노동시장 이탈을 촉진하고 사회전체의 생산력을 하락시킬 우려도 예상된다. 그리고 노동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 소득을 지급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지닌다.
이처럼 찬반논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던 중 코로나 사태는 기본소득제도에 대한 긍정적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코로나 이전에 최선으로 여겼던 사고방식과 제도들 중에는 이제 폐기하거나 바꿔나가야만 할 상황에 처한 것들이 적지 않다. 국가의 역할도 좀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커지고 있다. 즉 국가는 국민의 건강증진과 생명 보호에 더 많은 힘을 기울여야 하며, 또 복지 인프라와 사회안전망(Social Safety Nets)을 보다 내실화하고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역량을 증진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스페인 등 유럽과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넘어 이제는 전 국민이 골고루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복지사회를 지향하는 우리 또한 기본소득제 도입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렇다고 이를 바로 전면적으로 시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러 가지 부작용이 따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선 당장 필요한 과제는 제도 도입에 대한 국민적 합의 도출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특히 세대 간의 이해상충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이는 제도 도입에 소요되는 엄청난 규모의 재원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미래세대의 비용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제도 도입의 구체적 방안과 필요 보완대책들을 충분히 검토해 나가야 한다. 특히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의 기존 사회보험제도와 기본소득제도를 어떻게 상호 연계시킬 것인지는 핵심과제가 될 것이다. 만약 기본소득 금액이 충분히 높게 책정되지 않는다면 연금생활자 등 기존 복지 대상자들이 받던 혜택을 대체하지 못하고, 오히려 생활수준의 악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중적 지출을 하는 것은 재원부족이라는 현실문제에 부닥치게 된다. 이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제시하지 못하면 또 하나의 탁상공론이 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