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자동차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는 다음 달 일부 인기 차종에 대한 감산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달 기아차(000270)는 화성 공장 주말 특근을 취소한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완성차 업체들도 부품 부족으로 인해 1분기 일부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거나 2분기 중단을 계획 중이다.
차량 감산은 실적에도 반영될 전망이지만,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현대차, 기아차, 폴크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도요타, 혼다 등 7개사 주가는 29일(현지시간) 기준으로 3개월간(올 1월 4일 대비) 모두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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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울산 1공장 휴업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일부 차종 부품 수급 문제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공장에서는 코나와 아이오닉5가 생산된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아이오닉5의 4월 생산량이 2600대로 축소될 것으로 봤다. 기존(1만대) 대비 4분의 1 수준이다.
코나는 전방카메라에 필요한 반도체 부족을 겪고 있다. 아이오닉5는 구동모터 모듈 공급 차질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아이오닉5가 첫 탑재한 전기차전용플랫폼(E-GMP)용 구동 시스템이 기존 전기차와 달라지면서 생산 안정화가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완성차 업체들도 다음 달까지 생산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폴크스바겐을 시작으로 1분기 토요타, 테슬라, 닛산, 혼다, GM, 포드, 다임러가 모두 반도체 수급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을 겪었다. 2분기 들어서도 가동 중단 예정인 업체는 GM, 토요타, 닛산 등이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반도체 부족 이슈에도 3달간 결과적으로 주가가 상승했다. 이날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의 지난 29일 종가는 각각 22만원, 8만4100원으로 지난 1월 4일 대비 6.02%, 31.41% 올랐다. 같은 기간 GM(55.94달러), 포드(12.15달러), 도요타(154.90달러), 혼다(30.24달러)의 주가도 뉴욕증권거래소(NYSE) 기준 각각 38.09%, 42.61%, 1.05%, 8.93% 증가했다. 독일 증권거래소 제트라(Xetra)에 상장된 폴크스바겐의 주가는 229.75유로로 54.73% 뛰었다.
◇ 수요회복이 생산 차질 ‘상쇄’…“공급부족 해소는 지켜 봐야”
완성차 업체들의 주가 상승 추이에 대한 단서는 실적 컨센서스(평균 전망치)에서도 나타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4분기(1조2544억원)부터 올 1분기(1조5224억원)에 영업이익이 개선된 데 이어 차량 감산이 예정된 2분기 컨센서스도 1조7566억원이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지난해와 더불어 전분기 대비해서도 늘어난 수준이다. 기아차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도 1조2325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와 전분기 대비 모두 증가했다.
해외 완성차 업체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생산 차질을 겪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를 보면 유의미한 하향 조정이 부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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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완화에 따른 소비 심리 회복과 수요 증가도 실적 호조 배경으로 꼽힌다. 김 연구원은 “반도체 공급 차질은 단기 이슈로 6~7월부터 문제가 해소되고 수요 증가 속 공급 차질로 실질 판매단가 급등이 이뤄지고 있다”며 “공급 부족에 의한 1분기 초과 수요는 2분기 대기 수요로 누적돼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주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김 연구원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대체로 주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데 대해 “주가 상승세는 생산 차질 이슈 발생에 따른 우려보다 수요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완성차 생산 차질이 실적과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다만 차량용 반도체의 글로벌 공급 부족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점은 여전히 리스크다. 주요국 정부들도 부족 사태 해결에 직접 나서는 등 장기화 우려도 가시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반도체 수급 불안은 자동차 산업 전반의 수요 가시성을 낮추고 주가 회복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