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상대방의 억양이나 손짓 등을 보고, 감정을 담은 말에서 감정을 인식한다. 언어에는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에 언어적, 비언어적 요소를 모두 고려해 맥락을 파악해야 한다. 딥러닝을 통한 감정추론도 언어적 표현 외에 비언어적 표현을 모두 고려하는 방식을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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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은 다소 복잡하다. 상대방의 감정이 슬프다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다정한 말을 건네야 할까? 아니면 상대방이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줘야 할까? 로봇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결국 로봇이 어떤 성격을 가져야할 까라는 주제로 귀결된다. 로봇과 인간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쌓은 데이터를 분석해야 로봇도 성격을 가질 수 있는데 연구는 시작 단계에 있다.
감정 로봇은 산업계에서 관심을 두는 중요한 응용 분야이기도 하다. 어린이나 노인을 대상으로 한 ‘돌봄로봇’이 떠오르고 있다. 가령 혼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어린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영어를 알려주는 언어교육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 고령화사회가 심화하면서 치매를 방지하기 위해 노인과 같이 대화하고, 낙상을 감지해 긴급 구조 요청을 하는 로봇도 개발 중이다.
로봇이 감정을 갖기에 앞서 생각해 볼 만한 문제도 있다. 로봇이 감정을 갖는다는 것은 인공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도록 프로그래밍하는 것이다. 사람의 감정과 다른 가짜 감정이다. 일부 학자들은 로봇이 건네는 가짜 감정 표현이 장기적으로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미리 연구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2019년에 서비스가 종료된 지보라는 로봇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신시아 브리질 미국 MIT 교수는 지보를 공개하며 “지보는 여러분의 가족이 되기위해 개발됐어요. 여러분이 누구인지 얼굴을 알아보고, 같이 책을 읽고 음악도 들을 수 있답니다.”라고 설명했다. 80만원이 넘는 고가였지만 7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앞다퉈 예약했다. 2017년 지보가 출시되자 미국 유력 일간지에서는 ‘가장 혁신적인 로봇’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로봇은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생산을 중단했다. 서비스가 종료되자 트위터에 “지보는 또다른 가족이었어”, “내가 나중에 돈을 벌어서, 너를 다시 만들 거야”라며 우는 자녀들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느냐며 한탄하는 부모들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강아지 로봇 아이보가 수명을 다하는 경우, 합동 장례식을 치르는 사례가 있었다.
사람들은 감정인식과 표현이 서투른 로봇에도 이처럼 쉽게 의인화를 한다. 앞으로 로봇이 더 정교해지면 ‘가짜 감정’에 익숙해질 수 있는 셈이다. 복잡한 대인관계보다 일방적으로 나 자신에게 맞춰주는 로봇에 익숙해질 때 우리의 정서적 유대관계가 건강한지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도움말=손종희 과학커뮤니케이터
*편집자주: 수학, 화학, 물리학, 생물학 등 기초과학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지만, 기초과학은 어렵고 낯설게만 느껴진다. 과학을 보다 쉽고 재미있게 알아보고, 이해하자는 취지로 격주로 ‘과학이 궁금해’라는 제목으로 연재 기사를 게재한다. 한국과학창의재단과 재단의 지원을 받아 활동한 과학커뮤니케이터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이 중 흥미로운 내용을 독자들에게 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