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건전성이 뭐길래... 국가간 비교 불가피
재정건전성이란 국가채무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며 채무상환능력을 갖춘 재정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국가 재정의 경우 국제적으로 건전성 여부를 측정할 명확한 지표는 따로 없다. 이 때문에 상대적 비교를 통해 건전성 정도를 가늠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국가재정법을 통해 “국가채무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마스트리히트 조약과 ‘안정·성장 협약’ 등을 통해 회원국 재정을 건전하게 운용토록 한다. 이 조약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하 재정적자, GDP 대비 60% 이하 국가채무가 건전성 기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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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 OECD가 정한 기준으로 봐도 2018년 우리나라의 일반정부 부채는 OECD 33개국 가운데 4위, 공공부문 부채는 2위 수준이다. 부채의 세부적인 분석은 차치하더라도 부채 규모 국제 비교에선 대단히 양호한 수치를 나타내고 있는 셈이다.
◇OECD도 “재정 더 써라”
OECD는 1년에 2회 경제전망 보고서를 낸다. 지난 3월 보고서를 보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을 세계 경기 주요 하방 위험요소로 꼽았다. 한국의 올해 경제예상성장률도 2.3%에서 2.0%로 하향조정했다. 다만 이는 2020년 성장률 전망 순위에서 G20 국가 가운데는 5위에 해당하는 상위권이다.
OECD는 한국과 캐나다, 독일 등이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적극적인 확대재정 정책을 쓴 점을 주목했다. OECD는 이같은 확대재정이 경제성장률 안정에 도움을 줬다고 판단해, 한국 정부에 앞으로도 추가적인 확대 재정 정책을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이같은 상황에도 홍 부총리가 재정건전성을 언급하며 잠시나마 공개적으로 청와대·여당과 의견대립을 보인 것은 부채의 규모 자체보다 증가 속도에 주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3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위해 10조원의 국채를 발행하면서 올해 국가채무는 805조2000억원에서 815조5000억원으로 증가하며 GDP 대비 비율 역시 39.8%에서 41.2%로 올라갔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홍 부총리는 여기에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 국채 발행이 부채 급증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염려한 셈이다.
◇10조 국채 발행에도 여전히 낮은 채무비율
다만 추가 국채발행에도 여전히 우리 정부 채무 규모는 선진국 대비 낮은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오히려 그동안 한국 정부가 GDP 대비 너무 낮은 채무 비율을 유지하며 소극적인 재정정책을 쓰다 보니 최근 채무 증가 폭이 커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대응 초기부터 전 국민대상 재난지원금을 주장해온 김경수 경남지사는 여기에 이번 사태가 세계적으로 전례없는 위기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규모의 지역 차단으로 교역량이 급감하는 등 마치 세계가 멈춘 듯한 현시점 경제 상황에서 재정건전성을 논하는 것은 지나치게 관료주의적인 발상이라는 것이다.
김 지사는 유럽에서 재정 운영을 가장 까다롭게 하는 독일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채발행 한도를 없앤 점도 지적했다. 실제로 독일은 지난 3월 국채발행 한도를 풀어 208조원의 국채를 발행했다. 국채 발행 액수만도 GDP 대비 4.5% 수준이다. 2차 추경을 모두 합해도 우리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예산 규모가 GDP 대비 1% 수준에 그치는 것과 대조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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