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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본 간편결제시장 공략 나서는 네이버

한광범 기자I 2019.05.01 05:00:00

日정부 "비현금 거래 확대"에 소프트뱅크·라쿠텐과 격전
후발 ''페이페이'' 초강력 마케팅에 라인도 공격적 맞대응
국내선 ''쇼핑'' 앞세워 온라인 2위…"오프라인도 강화"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네이버(035420)가 한국과 일본에서 간편결제 시장 공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에선 쇼핑을 앞세워 ‘네이버페이’ 확장에 나서고 있고, 일본에선 일본 현지 기업과의 출혈경쟁까지 나서며 ‘라인페이’의 시장 선점에 주력하고 있다.

네이버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9.7%에 감소한 2062억원에 그쳤다. 해외 계열사인 라인과 기타 사업 부문에서 102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라인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7.4% 증가한 5651억원을 달성했지만 영업비용이 6676억원으로 막대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네이버 다른 주요 사업부문의 경우 영업이익이 30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증가했지만 이 같은 라인의 영업손실 급증으로 네이버 전체의 영업이익을 감소시켰다. 더욱이 라인의 영업비용은 매분기 증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6676억원은 지난해 1분기 4972억원과 비교해 무려 34.3%가 증가한 수치다. 영업비용의 급증으로 영업손실률도 지난해 1분기 3.3%에서 올해 18.1%까지 치솟았다.

이 같은 영업비용의 급증 배경에는 일본에서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간편결제 시장 상황이 자리잡고 있다. 일본에서 국민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앞세워 핀테크 사업을 확장 중인 네이버는 2015년 간편결제 서비스 ‘라인페이’를 내놓았다. 충전을 통해 간편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이다. 하지만 유별한 일본인들의 ‘현금 거래’ 선호에 서비스 초반 사업확장에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日, 현금거래 비중 80%…정부 차원 비현금결제 독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2015년 일본의 비현금 거래 비율은 18.4%에 불과했다. 결제 10건 중 8건 이상이 여전히 현금을 통해 이뤄지는 구조인 것이다. 여전히 일본에선 현금으로만 결제가 가능한 매장이 상당수다.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업체 맥도날드가 2017년 11월에 처음 신용카드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을 정도다.

비현금 결제비율이 90% 수준인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욱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비현금 결제 비율 높이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2025년까지 비현금 결제 비율을 40% 올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일본 정부는 과도한 현금결제 비중으로 나타나는 비효율을 줄이는 동시에 유동성을 높이고 거래 투명성 확대를 통해 세수증대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를 위해 정부차원에서 비현금 거래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오는 10월 소비세율이 8%에서 10%로 인상되는 시점에 맞춰 비현금 거래에 한해 인상된 소비세율 해당 금액을 환원해주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같이 정부가 직접 나서 비현금 거래를 독려하자 간편결제 시장에 대한 업체들 간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 (사진=뉴시스)
일본 IT 대기업 소프트뱅크·야후재팬이 힘을 합쳤고, 전자상거래 기업 라쿠텐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일본 간편결제 시장 후발주자로 소프트뱅크와 야후재팬이 합작해 설립한 ‘페이페이’는 모기업의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12월 25만엔(약 250만원) 이하 금액에 대해 결제금액의 20%를 돌려주는 파격적인 페이백 이벤트를 시작해 일본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이에 간편결제 시장 경쟁자인 라인과 라쿠텐도 비슷한 이벤트를 실시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일본 간펼결제 시장에 뛰어든 기업들은 시장선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공격적 마케팅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출혈 경쟁을 계속하고 있다.

◇자금 경쟁력 우려에… 신중호 대표 “규모 경제 아니다”

네이버는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성숙 대표는 지난 25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라인을 통한 선점이 중요하다고 보고 당초 예정된 것보다 적극적인 투자와 마케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박상진 최고재무책임자(CFO)도 “라인이 경쟁 중인 해외 핀테크 부분은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올해가 시장 선점의 중요한 시기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예상보다 큰 규모의 마케팅 투자가 필요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 단기적으로 영업이익에 큰 영향을 있을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경쟁업체들에게 밀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신중호 라인 공동대표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IT 서비스는 자금력보다는 이용자의 요구에 어떻게 답할지가 더욱 중요하다”며 “규모의 승부가 아니라는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과 달리 한국에선 강력한 네이버 포털을 기반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7일 공개한 ‘간편결제 서비스 현황’에 따르면 네이버페이는 지난해 온라인 간편결제 금액 기준으로 이베이코리아의 ‘스마일페이’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3위는 쿠팡이었다. 네이버는 G마켓·옥션을 보유한 ‘이베이코리아’와 전자상거래업체 ‘쿠팡’과 마찬가지로 플랫폼 내 결제를 통해 점유율을 크게 높였다.

네이버는 모바일 화면 개편을 통해 메인화면 왼쪽 영역에 쇼핑과 네이버페이를 배치했다. 입점한 쇼핑몰 상품을 별도 로그인 없이 네이버페이로 간편결제 가능한 시스템을 통해 네이버페이 이용을 유도하고 있다. 아울러 국내에 진출한 세계 최대 여행 플랫폼 트립닷컴에 입점하는 등 각종 온라인 플랫폼 입점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국내 간편결제 시장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크게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간편결제 이용건수는 23억8000만건으로 2016년 8억5000만건에 비해 2.8배 증가했다. 이 기간 거래 금액도 26조8808억원에서 80조1453억원으로 약 3배 증가했다. 결제금액은 온라인이 60조6030억원, 오프라인이 19조5420억원 규모였다.

네이버는 일단 올해 온라인 간편결제 시장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네이버페이 입점 확대와 함께 고객에 대한 혜택도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네이버페이를 이용한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에 대해서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프라인 간편결제의 경우도 예약서비스 도입 확대 등으로 시장 점유율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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