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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UAE 스마트팜 100일..장애인 돕고, 글로벌 가능성도 봤다

김현아 기자I 2019.03.03 09:00:00

샤르자 공주가 KT에 제안..첨단 기술로 사막에서 허브까지 재배
기술로 물 절약하고 AR글래스로 한국서 재배농법 지원도
조만간 현지인 자체 운용..KT, 농업 ICT 글로벌 진출 가능성 확인

[샤르자 코르파칸(UAE)=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2월 28일(현지시간)UAE 샤르자 코르파칸에 있는 스마트팜에서 현지 장애인들이 허브 작물을 심고 있다. KT제공
UAE 장애인 맞춤형 스마트팜에서 현지 학교 운영 매니저가 ICT 시스템을 작동하고 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두바이에서 2시간 이상 버스로 달려 도착한 샤르자 코르파칸 지역은 우리나라 초여름처럼 선선했다. 현지 절기가 겨울이어서라는데 여름이 되면 40도를 넘는 숨 막히는 더위로 오이외에는 채소 재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코르파칸은 UAE를 구성하는 7개 토후국 중 아부다비, 두바이에 이어 셋째로 큰 샤르자에 있다. 그곳에서 KT는 샤르자 인도주의센터(SCHS, Sharjah City for Humanitarian Services)와 함께 글로벌 1호 스마트팜을 장애인 맞춤형으로 만들었고 이제 100일이 됐다.

우리나라에서 스마트팜은 비닐하우스처럼 냉기를 막는 게 중심인데, 고온건조한 사막기후를 IT기술로 어떻게 극복할까? 왜 장애인 맞춤형으로 설계했을까? 궁금증이 이어졌다.

한국 기자들을 맞은 SCHS 기술운영 총괄 담당자인 모하메드 나불시(MOHAMED NABULSI)씨는 “이곳은 단순한 프로젝트가 아니다. 우리의 관심과 지원을 받아야 하는 장애인에대한 거대한 손길이 합쳐진 것”이라며 “기술이 어떻게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는지 실질적으로 곧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UAE 샤르자 코르파칸에 있는 스마트팜에서 현지 장애인들이 허브 작물을 심고 있다.
◇샤르자 공주가 KT에 제안..첨단 기술로 사막에서 허브까지 재배

‘UAE 장애인 맞춤형 스마트팜’은 셰이카 자밀라(Shaikha Jameela) 샤르자 공주가 제안해 성사됐다. 70세가 넘는 자밀라 공주는 SCHS 센터장을 맡을 정도로 장애인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데, 지난해 2월 평창동계올림픽 평창포럼 참석차 방한해 KT가 경기도 남양주에 조성한 장애인 맞춤형 스마트팜을 보고 비슷한 걸 만들어달라고 요청했고 KT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곳은 약 600㎡(180평) 규모로 부가가치가 높은 허브를 생산한다. 서울과 코르파칸을 오가며 직원들과 함께 사막에 스마트팜을 만든 채욱 KT 사회공헌팀장은 “날씨때문에 샤르자에선 오이만 키웠지만 이젠 온도에 민감한 허브를 키울 수 있게 됐다. 허브는 차나 향신료, 비누 등으로 가공할 수 있어 장애인들의 자활을 돕기에도 좋다”고 말했다.

◇기술로 물 절약하고 AR글래스로 한국서 재배농법 지원도

이 스마트팜은 온도를 낮추기 위해 자외선 차단 효과가 있는 폴리카보네이트와 에어캡으로 외부 열기의 내부 유입을 줄였다. 쿨링패드와 쿨링팬(대형 선풍기)을 사용했는데, 쿨링패드는 물이 증발하면서 온도를 낮춘다. 설정한 온도를 넘으면 물이 쿨링패드로 흐르고, 쿨링팬이 작동해 물을 증발시키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스마트팜 내부는 27~28도를 유지하는데, 80평 규모 에어컨 2대를 설치하는 데 비해 에너지 비용을 약 70% 절감해준다고 한다.

UAE 장애인 맞춤형 스마트팜에서 운영 중인 쿨링 팬이다.
작물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양액 시스템도 도입됐다. 양액 시스템은 물과 영양액을 혼합해 재배시설로 자동 공급해주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작물의 품질을 맞추고 수확시기도 조절할 수 있다. 물 부족 문제를 고려해 공급된 물은 재활용한다. 스마트팜에 하루 필요한 물의 양은 7,500리터여서 기존 공법보다 매일 약 5,200리터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AR글래스로 모종을 살피는 KT 직원.
AR글라스를 활용해 장애인들도 손쉽게 작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도운 점도 눈에 띈다. 온도에 민감한 바질, 애플민트 같은 허브류를 재배하는데 한국에 있는 전문가들이 모종 위치나 작물 상태 등을 보고 원격에서 재배농법을 가르쳐 준다.

이선주 KT 지속가능경영단 단장은 “100일밖에 안 돼 성과를 숫자로 말하기는 이르나 장애인 아이들이 밝아졌다. 어머님들도 너무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조만간 현지인 자체 운용..KT, 농업 ICT 글로벌 진출 가능성 확인

현재 ‘UAE 장애인 스마트팜’은 현지매니저와 KT가 함께 운영하는데, 지난해 11월부터 운영자 교육을 늘려 조만간 자체 운영하게 된다. ICT 센서를 기반으로 하우스 내·외부의 데이터를 수집해 원격에서 시설을 제어하는 만큼, 수집된 데이터는 UAE 같은 중동지역에 적합한 하우스 설계와 자동제어에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2018년 11월 18일(현지시간) UAE 장애인 맞춤형 스마트팜에서 황창규(왼쪽 세 번째) KT 회장, 전영욱(왼쪽 첫 번째) 주두바이 한국총영사, 셰이크 사이드 빈 사크르 빈 술탄 알 카시미(왼쪽 두 번째) 샤르자 통치기구 부의장이 기념모종을 한 후 박수를 치고 있다.
UAE 장애인 맞춤형 스마트팜에서 AR글라스를 체험하고 있는 셰이크 사이드 빈 사크르 빈 술탄 알 카시미(오른쪽 첫 번째) 샤르자 통치기구 부의장을 황창규(가운데) KT 회장이 지켜보고 있다.
농업용지와 관개시설이 부족한 UAE의 지리적 특성과 연 강수량 100㎜ 미만에 40도가 넘는 사막기후를 극복한 KT의 첨단 기술에 대한 현지 관심도 뜨겁다.

지난해 11월 ‘UAE 장애인 맞춤형 스마트팜’ 출범식에는 자밀라 공주는 물론 샤르자 통치기구 부의장인 셰이크 사이드 빈 사크르 빈 술탄 알 카시미(Sheikh Saeed bin Saqr bin Sultan Al Qasimi)가 참석하기도 했다.

KT는 이곳의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스마트팜을 비롯한 농업 ICT의 글로벌 진출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KT 홍보실장 윤종진 부사장은 “KT는 5G를 중심으로 사람을 위한 기술, 인류의 복지증진에 기여하는 기술을 추구한다”며 “UAE 장애인 맞춤형 스마트팜은 척박한 환경에서 농업 생산성을 높이면서 장애인들의 자립과 재활을 돕는 일석이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샤르자는

샤르자(Sharjah)는 아랍에미리트(UAE)를 구성하는 7개 토후국 중 아부다비, 두바이에 이어 셋째로 큰 토후국이다. UAE 전체 면적의 3.3%를 차지하며 인구는 140만 명(2015년 기준)이다.

샤르자 인도주의센터(SCHS, Sharjah City for Humanitarian Services)는 1979년 UAE 최초로 설립된 장애인 전문기구로 장애인의 재활 및 교육, 사회복지를 지원하고 있는 정부기관이다.

◇샤르자 코르파칸 스마트농장 시설은

- 하우스규모: 90평 2연동, 총 180평(W:16m*H:4.5m*L:25m)

- 재배설비: 트레이방식(3라인), 채널포트방식(5식)

- 쿨링설비: 쿨링패드, 쿨링팬(4개), 물 재사용

- 양액공급: 물 재사용

- ICT시설: 내/외부센서, 쿨링팬, 차광막, 유동팬, LED연동, CC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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