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자금 관리·감독과 법인세 신고 업무…法 “공동정범”
이날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김문석)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하 사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뒤집고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24억원을 선고했다.
1심은 하 사장에 대한 횡령과 조세포탈 혐의 모두 무죄로 봤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하 사장이 이 전 사장과 함께 비자금을 조성하고 관련 법인세를 포탈하는 데 기여했기 때문에 공동으로 형사처벌 책임이 있다고 항변했지만 1심 재판부를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항소심은 이런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하 사장이 2003년 4월부터 비자금 보관·관리·감독 및 출납 업무를 담당했고, 두 달에 한 번 비자금 입출금 현황 및 잔액을 당시 대표이사에게 보고하는 등 비자금 조성에 깊이 관여했다고 봤다. 또 2006년 당시 경영지원본부장으로서 롯데건설의 법인세 신고 업무에 관여해온 점도 유죄에 대한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하 사장은 이 전 사장과 비자금 조성을 모의하고 그 역할을 분담함으로써 법인세 포탈 범행에 기여했다”며 “이는 공동정범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공동정범이란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죄를 저지르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비자금이 불법·부당하게 사용됐는지에 대해서는 이를 확신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또 비자금이 회사 이익을 위해 쓰였음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일하게 불법 사용으로 인정된 정치자금 10억원에 대해서는 지난 2016년 10월 공시시효가 만료돼 면소처분을 받았다.
◇1심서 무죄 받은 임직원도 2심서 유죄…“금품수수 인정”
롯데건설 임직원 박모(54)씨도 항소심에서 배임수재 혐의에 대해 1심과 다른 판단을 받았다. 1심은 금품은 받았지만 청탁이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박씨는 1130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 여행경비, 자녀 취업 알선 등을 받았다”며 “이는 사회상규나 신의성실 원칙의 반하는 부정한 청탁”이라 판시했다.
재판부는 “박씨는 수사가 진행되자 조씨에게 핸드폰을 버리라고 요구하는 등 증거은폐를 시도한 정황도 있다”면서도 “금품수수도 박씨의 적극적 요구로 이뤄지지 않았고 어느 정도 자발적으로 진행된 점도 있고 무엇보다 롯데건설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한편 1심에서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던 이 전 사장은 항소심에서도 같은 판단을 받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으로 개인적 이득을 취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보이고 포탈된 조세가 모두 납부됐다”며 “무엇보다 이 전 사장이 고령으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을 참작했다”며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했다.
이 전 사장 등은 2002년부터 2013년까지 하수급업체와의 공사대금을 부풀린 후 차액을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302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조세포탈·횡령)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하도급 업체에 공사 대금을 부풀려 지급한 뒤 일부를 돌려받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