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속보팀]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LA) 북부와 북서부에서 동시다발로 발화한 초대형 산불이 7일(이하 현지시간) 최고 시속 130㎞(약 80마일)의 강풍을 타고 더 크게 번지고 있다.
미 언론과 소방당국·기상당국에 따르면 진화율이 5% 미만에 그친 가운데 지금까지 불에 탄 면적은 12만 에이커(약 485㎢)가 넘는 것으로 현지 소방당국은 보고 있다. 서울시 면적(605㎢)의 거의 80%에 육박한다.
산불 영향권에 있는 주민 20만 명 이상에게 강제 대피령이 내려졌다. 산불 피해가 가장 큰 벤추라에서만 시 전체 주민의 절반인 5만여 명이 대피했다.
벤추라 산불은 인근 오하이 지역으로 확산하면서 미 서부 해안 간선 교통망인 101번 고속도로가 양방향 모두 폐쇄됐다.
로스앤젤레스 통합교육구 관내 260여 개 학교가 휴교했으며,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도 이날 수업을 취소했다.
기상당국은 8∼9일에는 바람이 다소 잦아들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날 낮에도 시속 80∼90㎞의 건조한 강풍이 계속 불어 산불 피해 지역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 여의도면적 150배 태운 벤추라 산불 북동쪽으로 옮겨붙어
이번 산불 가운데 지난 4일 가장 먼저 발화한 벤추라 지역 산불(토마스 파이어)은 이미 10만8천 에이커(440㎢) 이상을 태웠다. 여의도 면적의 150배가 넘는다.
나흘째 진화율이 5%에 머물고 있는 벤추라 산불은 이날 새벽 최고 시속 130㎞의 강풍이 불면서 북동쪽으로 옮겨붙었다.
현재 벤추라 북동부 겨울 휴양지로 유명한 오하이 지역을 위협하고 있다.
오하이 밸리의 주민 8천여 명은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 사이에 긴급 대피했다. 인근 카펀테리아, 필모어 지역도 위협받고 있다.
거로 커리지언 벤추라 경찰서장은 “바람이 불을 움직였다. 이상한 패턴으로 강풍이 불고 있다. 150번 고속도로 북동쪽과 33번 고속도로 서쪽으로 불이 번졌다”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강제 대피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초대형 산불을 키운 샌타애나 바람은 내륙인 동쪽에서 태평양 해안인 서쪽으로 부는데 이날 새벽 바람은 돌풍 형태로 방향을 예측할 수 없이 불었다.
기상당국 관계자는 “카테고리 1 수준의 허리케인이 불어닥친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인구 10만의 소도시 벤추라에서는 전체 주민의 절반인 5만여 명이 대피했으며, 주택 1만5천여 채가 산불 위협에 노출돼 있다. 통째로 무너진 60가구 아파트와 병원 건물을 포함해 가옥·건물 300여 채가 전소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벤추라 산불로 최초 발화지점인 샌타폴라에서 태평양 연안까지 15㎞ 이상 거대한 불길이 형성된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101번 고속도로 폐쇄로 벤추라와 북쪽 샌타바버라, 남쪽 LA는 주요 교통 루트가 사실상 끊긴 상태다.
◇ LA 서부 부촌 벨에어 위험…할리우드 스타들도 대피
전날 새벽 미국 내에서 가장 통행량이 많은 도로 중 하나인 405번 고속도로 북쪽방향 멀홀랜드 드라이브에서 발화한 스커볼 산불은 475에이커의 면적을 태웠으며 LA 서부의 대표적 부촌 벨에어의 대형 저택 6채가 소실됐다.
유명화가들의 회화작품·조각품을 다수 소장한 세계적인 박물관인 게티센터도 산불 위협을 받고 있다. 당국은 박물관을 폐쇄하고 방화벽을 쌓았다.
LA 벨에어 인근에는 할리우드 유명 스타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으며, 소셜미디어와 할리우드 연예매체에는 페리스 힐튼, 기네스 펠트로 등 연예인들도 대피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스커볼 산불로 벨에어에서는 700가구 주민이 대피했다.
이틀 전 시험기간에 들어간 UCLA는 이날 시험 일정을 취소하고 학생과 교직원들에게 등교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LA 북쪽 실마카운티에서 발생한 크릭 파이어도 사흘째 진화율이 5% 미만에 머문 채 주택가를 계속 태우고 있다.
실마 크릭 파이어로 1만1천 에이커(45㎢)가 불에 탔으며, 이 지역 주민 11만 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실제 대피한 주민 수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벤추라보다 상대적으로 인구 밀집 지역이어서 많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실마 카운티는 한인들이 많이 사는 라크레센터 등과도 가까운 지역이다.
실마 지역에 사는 한인들 상당수는 친지가 있는 안전 지역으로 대피했다고 한인 단체 관계자가 전했다.
또 샌타클라리타에서 발화한 라이 산불로 7천 에이커의 면적이 불탔다. 이 산불은 15% 정도의 진화율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 샌버너디노에서 발화한 산불은 비교적 높은 80%의 진화율을 보이면서 진정 국면에 들어갔다.
◇ 짐싸놓고 기다리는 주민들 공황상태…호흡기 건강도 위협
초대형 산불이 발화 나흘째를 맞으면서 대피령이 내려진 지역 주민과 인근 영향권에 든 주민들은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졌다.
UCLA 인근 브렌트우드에 사는 한 학생은 LA타임스에 “솔직히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 짐은 싸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대피 명령이 떨어지면 30분 안에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저녁 LA카운티 주민들에게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됐다.
캘리포니아 소방당국의 켄 핌로트 국장은 “지금은 불과 맞서 싸울 수 없을 정도의 상황”이라며 “불이 시작됐다고 알아차리면 재빨리 대피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산불 영향권에 있는 주민들은 밤에 완전히 잠들지 말고 가족끼리 돌아가며 상황을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산불 진화 작업에 동원된 4천여 명의 소방대원들은 나흘째 밤샘 진화작업이 이어지면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곳곳에서 소방관 10여명이 다쳤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 지사는 북 캘리포니아까지 전역에서 소방인력을 총동원하고 주 방위군 병력 동원도 요청했다.
이번 산불로 LA 도심과 한인타운 등지에서도 희뿌연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다
캘리포니아 대기관리국(SCAQMN)은 “당분간 실외활동을 자제하고 마스크를 휴대하고 다녀야 한다. 바깥 공기가 실내에 유입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권고했다.
이번 산불은 우주에서도 관측될 정도로 큰 규모다.
국제우주정거장(ISS) 우주비행사 랜디 브레스닉은 트위터에 “캘리포니아 산불을 우주에서 관측할 수 있는지 확인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불행히도 여기에서도 보일 정도”라며 빠른 진화를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