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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과 백남준의 공명과 조화

김용운 기자I 2016.11.14 05:00:00

'간송과 백남준의 만남: 문화로 세상을 바꾸다' 전
조선후기 화가 4명과 백남준 소장품 한자리서 조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박물관서
내년 2월 5일까지

백남준의 ‘비디오 샹들리에’ 뒷편에 전시한 장승업의 ‘기명절지도’는 서양과 동양이 각각 ‘부귀영화’를 어떻게 상징하고 염원했는지 보여준다(사진=서울디자인재단).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물이 흐르는 계곡가의 바위. 스님이 매화의 모양이 찍힌 방석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다. 뒤에는 종려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스님은 쉼 없이 흘러내리는 계곡의 물을 무심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18세기 조선 화가 호생관 최북(1712~1786)의 작품 ‘관수삼매’다. 물을 보며 종교적인 명상에 빠진 스님을 그린 작품이다.

‘관수삼매’가 걸려 있는 벽면 앞에는 TV모니터와 불상이 놓여 있다. TV모니터 화면에는 돌로 만든 불상이 비친다. TV모니터 맞은편에 있는 불상은 ‘관수삼매’의 스님처럼 가부좌를 틀고 있는 모습이다. 백남준(1932~2006)이 1974년에 처음 선보인 ‘TV부처’다. 수행을 하는 석가모니가 맞은편 TV 속에 비친 자신을 보며 깊이 명상에 빠진 듯한 모습을 담았다.

내년 2월 5일까지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박물관 2층에서 여는 ‘간송과 백남준의 만남: 문화로 세상을 바꾸다’ 전은 간송미술문화재단과 백남준아트센터의 주요 소장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간송미술문화재단과 백남준아트센터는 소장하고 있는 작품 중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작품을 선별했다. 단순히 두 기관의 소장품을 나열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연관성 있는 작품을 한 공간에 배치해 관람객이 비교하며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국보급으로 평가받는 조선후기 주요 화가의 작품을 꺼내왔다. 최북을 비롯해 취옹 김명국(1600~1663?)과 현재 심사정(1707~1769), 오원 장승업(1843~1897)의 대표작 30여점으로 전시실을 채웠다.

백남준아트센터는 백남준이 1950년대 독일로 유학을 떠난 뒤 현대음악의 거장 존 케이지를 만나 전위예술가로 변모하던 시기의 자료부터 1960년대 기념비적 퍼포먼스 영상인 ‘머리를 위한 선’과 1980년대 이후의 대표적 설치작품인 ‘비디오 샹들리에’ ‘코끼리 마차’ ‘달에 사는 토끼’ 등 30여점을 선보였다.

‘관수삼매’와 ‘TV부처’ 외에도 조선후기 화가 4명의 작품과 백남준의 작품이 묘한 조화를 보이거나 공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승업의 ‘오동폐월도’는 봉황이 앉는다는 오동나무 밑에서 달을 향해 개가 짖는 모습을 그린 작품. 그 옆에 전시 중인 백남준의 ‘달에 사는 토끼’는 TV모니터와 그 속에 달의 영상을 바라보고 있는 토끼나무 조각을 놓은 작품. 달과 동물을 소재로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백남준의 ‘비디오 샹들리에’와 장승업의 정물화 병풍인 ‘기명절지도’는 한 공간에서 서양과 동양이 각각 ‘부귀영화’를 어떻게 상징하고 염원했는지 보여준다. 심사정의 말년 대작으로 길이 8m에 달하는 ‘촉잔도권’ 옆에 설치한 백남준의 후기작인 ‘코끼리 마차’(2001)는 ‘촉잔도권’ 속 길에 놓인 ‘코끼리 마차’란 의미에서 자연스럽게 공명을 이룬다.

이진명 간송미술문화재단 큐레이터는 “조선후기 화가 4명과 백남준은 각자의 이상향을 지향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며 “시대를 초월한 다섯 명의 예술가 모두 쉽지 않은 삶 속에서 우리 안의 문화를 사랑했고 이는 간송 전형필의 문화재사랑과 맥이 닿는다”고 말했다.

장승업의 ‘오동폐월도’는 봉황이 앉는다는 오동나무 밑에 달을 향해 개가 짖는 모습을 그린 작품. 그 앞에 전시 중인 백남준의 ‘달에 사는 토끼’는 TV모니터와 그 속의 달의 영상을 바라보고 있는 토끼나무 조각을 놓은 작품. 달과 동물을 소재로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사진=서울디자인재단).
호생관 최북‘ 관수삼매’(사진=간송미술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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