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쏟아졌나..역세권 오피스텔도 임대수익 '미끄럼'

김성훈 기자I 2016.10.21 05:30:00

오피스텔 과잉공급에 역세권 장점 '흔들'
서울 마곡·문정지구에 역세권 오피스텔 봇물
비역세권 오피스텔은 대대적인 바겐세일
역세권 오피스텔 경쟁력 둔화 '주변단지 체크해야'

△수익형 부동산의 대명사로 불리던 역세권 오피스텔의 위상이 최근 흔들리고 있다. 지난 몇 년 새 입주 물량이 몰리면서 임대 수익률 저하로 몸살을 앓는 오피스텔이 적지 않다. 서울 마곡지구에 빼곡히 들어선 오피스텔 건물 전경.
[글·사진=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자영업자 김모(62)씨는 지난 6월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전용면적 24㎡짜리 오피스텔을 매입했다. 바닥을 친 금리 탓에 은행에 돈을 맡겨봤자 이자가 형편없어진 영향이 컸다. 김씨는 서울지하철 9호선과 딱 붙은 초역세권 입지에 마곡산업단지(마곡지구) 개발로 임대수요가 넘칠 것이란 계산에 매매가(1억 6000만원)와 취득세(4.6%), 부가가치세(약 5.45%)를 합쳐 1억 7000여만원을 투자했다.

4개월여가 지난 현재 김씨는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에서 5호선 발산역으로 이어지는 강서로(1.27㎞)에 들어선 오피스텔 20여곳이 지난 여름부터 일제히 가격 조정에 들어가서다. 보증금 500만~1000만원에 50만~55만원이던 이 일대 오피스텔 월셋값은 석달 새 45만원까지 떨어졌다. 김씨는 “도로변에 오피스텔이 빼곡히 들어서자 주변 오피스텔들이 월세를 계속 내리고 있다”며 “세입자들이 싼 월세를 찾아 이동하면서 역세권 오피스텔의 장점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집을 세놓아 따박따박 월 임대료를 받는 수익형 부동산의 대명사로 꼽히던 역세권 오피스텔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오피스텔 입주 물량이 역 주변에 쏟아진데다 세입자 구하기에 난항을 겪기 시작한 오피스텔 단지들이 앞다퉈 가격을 내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공급 과잉에 가격 조정 국면이 이어진다면 역세권 오피스텔의 매력도 사라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서울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5년째 ‘뚝뚝’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전국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전분기(5.62%)보다 0.05%포인트 내린 5.57%를 기록했다. 2011년 3분기 6.04%였던 임대수익률은 5년간 단 한번의 반등 없이 하락해 5%대 중반까지 내려왔다. 서울지역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5.22%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전국 오피스텔 매매가격은 전분기 대비 0.22% 뛰며 지난해 1분기 이후 7분기 연속 오름세를 그렸다. 박상언 유엔알 컨설팅 대표는 “오피스텔 공급 물량이 많은 상황에서 매매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 수익률 하락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개발 호재가 집중된 지역에 오피스텔 공급이 쏟아지면서 역세권 오피스텔의 입지가 예전만 못하다. 강서구 마곡동 일대 총 3.66㎢ 부지에 주거·상업·업무·산업단지 개발이 한창인 마곡지구가 대표적이다. 지난해까지 서울시가 매각한 마곡지구 오피스텔 용지 64필지 가운데 건축 허가를 받은 33개 필지에서 준공 예정 물량을 더한 오피스텔 공급 물량은 총 1만 2968실에 달한다. 올 연말까지 5244실의 추가 입주도 앞두고 있다.

오피스텔이 도로변을 가득 채우자 지하철역에서 5분 거리에 들어선 오피스텔만 10여곳에 이른다. 마곡동 T공인 관계자는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초역세권에도 오피스텔이 워낙 많이 들어서 역세권 자체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며 “결국 월세나 보증금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세입자에게 얼마나 많은 혜택을 주는 지가 오피스텔 임대사업의 성공 관건”이라고 말했다.

◇비역세권은 월세 할인까지 나서

법조타운과 지식산업센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문정지구에서도 2011년 ‘송파 한화 오벨리스크’ 오피스텔을 시작으로 오피스텔 4000여실이 입주를 마친 상태다. 올해도 지난 9월부터 송파 파크하비오 푸르지오(2283실)와 문정프라비다(234실), 엠스테이트(730실) 등 3개 단지가 차례로 입주하고 있다. 문정동 M공인 관계자는 “지하철 8호선 장지역 주변으로 오피스텔 공급이 이뤄지다 보니 3년 전 형성된 55만~70만원의 월 임대료가 오르지 않고 그대로다”며 “입주 물량이 더 늘어나면 이마저도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역에서 500m 이상 떨어진 오피스텔은 거리의 단점을 월세 할인으로 맞서고 있다. 마곡지구에 있는 T오피스텔 전용 23㎡형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 임대료가 43만원으로 7만원 하락했다. 보증금을 올리면 월세를 35만원까지 조정할 수 있다. 더욱이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60만원을 내고 3개월 단위로 월세 계약을 맺는 단기 임대 물량까지 나오고 있다.

선종필 상가뉴스 레이다 대표는 “대학생이나 젊은 직장인에게 보증금 규모나 월세 5만~10만원 차이는 월셋집을 고르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며 “공급이 집중된 지역에선 오피스텔 수익률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투자자라면 입지와 오피스텔 공급 현황, 주변 임차 수요 등을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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