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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여가 지난 현재 김씨는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에서 5호선 발산역으로 이어지는 강서로(1.27㎞)에 들어선 오피스텔 20여곳이 지난 여름부터 일제히 가격 조정에 들어가서다. 보증금 500만~1000만원에 50만~55만원이던 이 일대 오피스텔 월셋값은 석달 새 45만원까지 떨어졌다. 김씨는 “도로변에 오피스텔이 빼곡히 들어서자 주변 오피스텔들이 월세를 계속 내리고 있다”며 “세입자들이 싼 월세를 찾아 이동하면서 역세권 오피스텔의 장점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집을 세놓아 따박따박 월 임대료를 받는 수익형 부동산의 대명사로 꼽히던 역세권 오피스텔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오피스텔 입주 물량이 역 주변에 쏟아진데다 세입자 구하기에 난항을 겪기 시작한 오피스텔 단지들이 앞다퉈 가격을 내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공급 과잉에 가격 조정 국면이 이어진다면 역세권 오피스텔의 매력도 사라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서울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5년째 ‘뚝뚝’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전국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전분기(5.62%)보다 0.05%포인트 내린 5.57%를 기록했다. 2011년 3분기 6.04%였던 임대수익률은 5년간 단 한번의 반등 없이 하락해 5%대 중반까지 내려왔다. 서울지역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5.22%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전국 오피스텔 매매가격은 전분기 대비 0.22% 뛰며 지난해 1분기 이후 7분기 연속 오름세를 그렸다. 박상언 유엔알 컨설팅 대표는 “오피스텔 공급 물량이 많은 상황에서 매매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 수익률 하락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오피스텔이 도로변을 가득 채우자 지하철역에서 5분 거리에 들어선 오피스텔만 10여곳에 이른다. 마곡동 T공인 관계자는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초역세권에도 오피스텔이 워낙 많이 들어서 역세권 자체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며 “결국 월세나 보증금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세입자에게 얼마나 많은 혜택을 주는 지가 오피스텔 임대사업의 성공 관건”이라고 말했다.
◇비역세권은 월세 할인까지 나서
법조타운과 지식산업센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문정지구에서도 2011년 ‘송파 한화 오벨리스크’ 오피스텔을 시작으로 오피스텔 4000여실이 입주를 마친 상태다. 올해도 지난 9월부터 송파 파크하비오 푸르지오(2283실)와 문정프라비다(234실), 엠스테이트(730실) 등 3개 단지가 차례로 입주하고 있다. 문정동 M공인 관계자는 “지하철 8호선 장지역 주변으로 오피스텔 공급이 이뤄지다 보니 3년 전 형성된 55만~70만원의 월 임대료가 오르지 않고 그대로다”며 “입주 물량이 더 늘어나면 이마저도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역에서 500m 이상 떨어진 오피스텔은 거리의 단점을 월세 할인으로 맞서고 있다. 마곡지구에 있는 T오피스텔 전용 23㎡형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 임대료가 43만원으로 7만원 하락했다. 보증금을 올리면 월세를 35만원까지 조정할 수 있다. 더욱이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60만원을 내고 3개월 단위로 월세 계약을 맺는 단기 임대 물량까지 나오고 있다.
선종필 상가뉴스 레이다 대표는 “대학생이나 젊은 직장인에게 보증금 규모나 월세 5만~10만원 차이는 월셋집을 고르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며 “공급이 집중된 지역에선 오피스텔 수익률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투자자라면 입지와 오피스텔 공급 현황, 주변 임차 수요 등을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