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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무기]100Km 밖에서 北 장사정포 타격…국산 공대지 미사일 'KGGB'

김관용 기자I 2016.08.15 07:00:00

기존 재래식 일반폭탄에 GPS 및 보조날개 장착
최대 100Km 밖에서 적 주요시설 타격
조종사 휴대 단말시스템으로 구형 전투기에도 장착 가능
美 군용GPS 인증 획득, GPS 교란 공격에도 끄떡없어

이무기는 상상 속 동물이다. 이무기는 천 년을 물속에서 살며 기다리다 때를 만나면 천둥, 번개와 함께 승천해 용(龍)이 된다. 우리 군은 ‘자주국방’의 기치 아래 1960년대부터 국산무기 개발을 위해 노력해 왔다. 50년 동안 쌓아온 기술력은 해외 수출로 이어지며 결실을 맺고 있다. ‘용이 된 이무기’ 국산무기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과거의 재래식 무기로 치루던 전쟁에서는 대량파괴에 의한 영토점령과 적의 병력 및 군수품을 소모시켜 승리하는 ‘소모전’이 화두였다.

하지만 이는 대량살상과 오폭에 의한 민간인 사상, 불필요한 시설 파괴로 전쟁 후 재건비용 증가 등의 문제를 발생시킨다. 이 때문에 현대전쟁에서는 적의 핵심기능을 마비시켜 최단 시간 내에 전쟁을 종결시키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이같은 전쟁수행 개념의 변화로 과거 지상 및 해상 전력의 보조적 역할에 머물렀던 공군력은 현대에 와서는 전쟁을 조기에 종결시키는 핵심 전력이다. 원거리에서도 정확히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공대지 유도무기 덕분이다.

유도무기는 발사된 후 내부 장치나 외부 장치로부터의 유도 명령에 따라 경로나 속도를 수정해 목표물에 도달하는 무기를 의미한다. 우리 공군은 공대공 유도무기 뿐 아니라 다양한 공대지 유도무기를 전투기에 탑재해 운용하고 있다. 이중 한국형 GPS 유도폭탄인 ‘KGGB’는 국내 최초의 공대지 유도폭탄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아래 LIG넥스원(079550)이 개발했다.

활주로에 착륙하고 있는 우리 공군의 F-5E 전투기 [공군 제공]
◇재래식 폭탄 재활용, 구형 전투기에도 탑재 가능

KGGB는 기존의 자유낙하방식의 재래식 일반폭탄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보조날개를 장착해 원거리에서 목표물을 정밀타격할 수 있도록 개발한 무기다. 미국 보잉사가 개발한 제이담(JDAM·합동직격탄) 보다 파괴력은 떨어지지만 사거리는 3~4배 가량 길다. 특히 KGGB는 항공전자체계와의 통합이 필요없어 제이담과는 다르게 구형 전투기에도 장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조종사가 별도로 휴대하는 KGGB 제어 통신장치(PDU) 때문인데, 조종사가 공격에 필요한 각종 자료를 입력하면 무선으로 직접 KGGB에 전달해 투하 준비를 마친다.

KGGB의 가장 큰 장점은 재래식 폭탄의 활용성은 높은 반면 가격은 싼 유도무기라는 것이다. 현재 군에서는 상당량의 재래식 폭탄을 보유하고 있는데 KGGB는 이를 재활용해 사거리와 정확도를 향상한 것이다.

외산 무기들은 정확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고가의 다양한 전자부품을 적용하고 있지만 KGGB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약 1억원의 가격에도 탁월한 성능을 자랑한다. 지난 2011~2012년 우리 공군의 전투기 기종별 투하 시험에서 탄착오차는 0.9~8.6m 수준에 불과했다.

게다가 KGGB는 조종사휴대 PDU에 입력된 표적을 향해 비행하는 도중에 표적 정보 수정도 가능하다. 선회공격 기능을 갖추고 있어 산이나 터널 등에 가려진 표적도 명중시킬 수 있다.

한국형 GPS 유도폭탄 ‘KGGB’ [LIG넥스원 제공]
◇美 군용GPS 인증 획득, 北 GPS 교란 공격 무력화

KGGB 개발은 400억원이 투입돼 4년 동안 진행됐다. 2013년부터 우리 공군에 전력화 돼 현재 F-4 및 F-5 전투기에 탑재해 운용하고 있다. 지상군에 대한 근접항공지원(CAS) 임무를 수행하는 이들 전력은 개전 초기 북한의 방사포와 자주포 등 장사정포를 무력화 시키는데 KGGB를 활용한다.

KGGB의 최대사거리가 100Km 가량되기 때문에 사거리 40Km 수준인 북한 장사정포 밖에서 이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

특히 KGGB가 사용하는 GPS 수신기는 이전까지는 전자교란에 취약한 상용GPS 였지만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군용 GPS 승인을 획득해 안정성을 높였다. 미 정부가 외산 유도 무기에 군용 GPS를 승인한 것은 KGGB가 최초다. 군용 GPS는 암호화 돼 있어 GPS 신호 교란에도 끄떡없다. 북한의 GPS 전파 교란 공격을 무력화시키며 안정적으로 북 핵심시설을 정밀타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군 관계자는 “KGGB의 성공적인 개발과 전력화는 항공무장의 국내 자체 기술 개발 능력을 입증한 것”이라면서 “향후 대한민국 고유의 항공무장 개발과 지속적인 성능 개량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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